[비즈한국] “코로나19로 힘들던 차에 SNS 마케팅 업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광고비는 지불할 필요 없이 운영비 명목으로 월 10만 원씩 1년 치, 132만 원을 지불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계약 이후 매출이 6000만 원 이상 오르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말도 했어요. 1년짜리 계약서를 작성한 뒤 올라온 글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홍보 효과 없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이 올라가, 환불을 요구하자 이미 이행한 부분을 제외하고 17만 원만 줄 수 있다고 말하네요.”
강원도 인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 아무개 씨의 이야기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SNS 광고대행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연매출 수천 만 원 이상을 보장한다고 현혹하지만 실제로는 광고효과가 없는 방법으로 계약을 이행하고 해지를 요청하면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한다. 현재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모인 자영업자 26명은 해당 업체를 상대로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SNS 게시글 하나에 33만 원, 좋아요는 ‘0개’
‘SNS·블로그 체험단을 통한 광고대행’은 여러 해 전부터 유행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마케팅 업체에 광고, 바이럴마케팅(블로그·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하여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구매욕구를 자극시키는 마케팅 방식) 비용 등을 지불해 고객을 유입하는 방식이다. 업체는 체험단을 모집해 무료 시식권을 배포한 뒤 블로그에 리뷰를 게시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SNS에 홍보글을 올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분쟁은 대금 지불 후 미흡한 계약이행과 부당한 계약해지 거부에서 발생한다.
여성의류 쇼핑몰 운영자인 김 아무개 씨도 앞서의 정 씨와 동일한 업체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김 씨는 “블로그 체험단 업체에서 성공사례 인터뷰 영상 제공 조건으로 관리비용만 내면 체험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말을 믿고 132만 원을 3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계약 후 업체의 SNS를 살펴보니 나와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사이트 이미지가 올라와 있는 데다 보유 팔로워 수에 비해 좋아요 수는 ‘0’이었다. 수상해서 검색을 해보니 사기업체라는 후기가 수두룩했다. 계약 하루 만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미 뉴스 기사와 페이스북까지 진행돼 환불 가능 금액은 17만 원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와 정 씨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업체를 ‘한국인터넷광고재단 중소사업자상담 게시판’에서 검색해보니 2017년부터 현재까지 총 64개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업체명이 여러차례 변경된 것을 고려하면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가 제공한 해당 업체 광고계약서에 따르면 뉴스기사 1회, 페이스북 페이지 게재 1회, 인스타그램 게재 1회에 대해 책정된 금액은 각 33만 원이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단가다.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시세보다 훨씬 뻥튀기 된 금액으로 보인다. 일정 금액만큼 연매출이 나올 때까지 마케팅을 보장하겠다거나, 키워드 상위노출을 보장하겠다는 식인데, 현실가능성이 없다. 이런 업체는 서비스 제공이 아닌 위약금과 지출 비용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피해자가 많아지면 업체명을 바꿔 영업을 재개하는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SNS 시장 성장에 따라 업체들 편법 다양해져
위 사례들처럼 광고대행 계약 체결 후 해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소비자보호 관련 법률상 ‘소비자’에 해당되지 않아 소비자기본법, 방문판매업 등의 보호(7일 또는 14일 이내 청약 철회권)를 받지 못한다. 대신 한국인터넷진흥원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조정에 응하지 않는 경우 민사소송이나 소액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광고 관련 분쟁은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분쟁조정 대상 광고유형은 ‘검색광고 계약’이 59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바이럴 마케팅 복합 계약’이 205건으로 뒤를 이었다.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해지 거부 사유나 귀책 사실이 광고업체측에 있음에도 위약금과 광고비용이 과도하게 청구됐을 때 조정을 통해 절차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조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불발됐을 경우 소송 같은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셜 미디어의 성장에 따라 여러 유형의 마케팅이 빠르게 등장한 만큼 관련 규제나 자영업자 보호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와중에 심리적인 틈을 비집고 편법이 성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세 사업자들이 법률적으로 소비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들의 피해에 대해 지자체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거나 실태를 파악해 최소한의 경고를 하는 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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