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글로벌 인수합병(M&A) 분야에 새 장이 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격회의·재택근무 등 업무 형태가 달라지면서 아날로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과 신규 사업 확장이 빨라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M&A 자문사 해밀턴파트너스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M&A 거래액은 34억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5%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1.7%(전기대비·연율)로 추락하는 등 세계 경제가 시름하고 있음에도 M&A 시장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상반기 소프트웨어 기업의 M&A가 602건에 달했다.
올 들어 원격 근로가 확산하는 한편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거란 관측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디지털 전환에 더뎠던 화학·석유 등 전통 산업 분야 기업들이 대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가치도 오르고 있다.
SK는 최근 국내 공유오피스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에 나섰고, 삼성·이마트 등도 원격근로와 클라우드 운영회사·수직농장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력을 높일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규 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한화큐셀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해 분산형 에너지 시장 개발에 착수했다. 넷앱은 퍼블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했고, 한글과컴퓨터는 라스트마일(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이르는 마지막 단계)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우주·드론 전문기업 ‘인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이는 세계적 조류다. 정보통신(IT) 기업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도 최근 미국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제공 업체 스노플레이크(Snowflake)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장을 앞둔 스노플레이크의 기업가치는 약 2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은 4월 화상회의 회사 블루진스네트워크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 인수전에는 줌 등 대형 IT 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버라이즌은 이 회사를 통해 원격의료와 원격 학습 및 가상 교육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급 결제와 대출 같은 금융서비스와 물류·라스트마일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대한 수요도 크다. 특히 이런 핀테크는 결제 플랫폼으로써 쇼핑 등 분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은행 고객들의 영업장 방문이 둔화되면서 고객의 원활한 금융 업무 지원을 지향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6월 피니시티를 인수했다. 피니시티는 금융데이터를 실시간 집계하는 오픈뱅킹 플랫폼이다. 제3금융권과 모기지 대출 등 고객의 재무 데이터에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인수가는 8억 2500만 달러에 달한다.
앞으로 이런 조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관련 기업에 청약자금이 많이 몰리는 것도 서플라이체인과 업무방식의 변화를 내다본 판단”이라며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자기 비즈니스에 적합한 M&A 기회를 찾고 있으며, 제품 및 서비스 제공을 확장·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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