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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당 보직 변경' 주장 카카오T벤티 운전기사 단식 투쟁 돌입

카카오모빌리티에 "부당 보직 변경에 대한 적절한 조처" 요구

2020.09.08(Tue) 17:44:51

[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택시인 카카오T벤티를 몰던 한 운전기사가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해당 운전기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겉으로만 택시기사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척한다. 뒤에서는 벤티 서비스를 임의로 종료하고, 운전기사들의 계약사항을 부당하게 바꾸려 하고 있다. 이를 거부한 운전기사는 택시법인 관계자에게 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T벤티 운전기사 윤승구 씨가 카카오모빌리티와 동고택시 측의 입장에 반발하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사진=박찬웅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택시법인인 ‘동고택시’에서 카카오T벤티를 몰던 운전기사 윤승구 씨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단식을 시작했다. 윤 씨는 2019년 9월 벤티 운전기사직에 합격했다. 하지만 실제로 벤티 운전대를 잡은 건 올해 2월이다. 윤 씨는 “사측이 언제 정확하게 서비스를 시작할지 알리지 않은 탓에 다른 일을 구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일을 시작하면 고정적으로 월 26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카카오’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합격 5개월 만에 벤티 운전대를 잡은 윤 씨는 운행 시작 6개월여 만에 다시 운전대를 내려놔야 했다. 동고택시가 7월 31일부로 벤티 서비스를 중단한 까닭이다. 사유는 ‘수익 악화’였다. 법인 측은 ‘경영상 부득이한 이유로 카카오T벤티 운영이 불가능할 때 법인은 운전기사에게 일반택시 승무를 명할 수 있고, 이때 임금 계산 방법은 법인의 임금 협정에 따른다’라는 근로계약서 조항에 따라 벤티 운전기사들에게 카카오T블루 운행을 권했다. 

 

하지만 윤 씨를 비롯한 일부 벤티 운전기사는 법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윤 씨는 “6개월 동안 매월 수입이 수십만 원씩 늘었다. 서비스 중단 이유가 수익 악화라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합격 당시 벤티 서비스가 일시적이며 중단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벤티와 블루의 운행 방식과 급여 체계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근로계약서상 조항은 급여 체계가 동일할 때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블루가 벤티보다 처우가 좋은 것도 아닌데 이를 찬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한 벤티, 블루, 일반 중형택시 운전기사의 월 급여 명세서. 블루가 벤티와 같은 월급을 받으려면 60여만 원을 성과급으로 채워야 한다. 자료=카카오모빌리티


실제로 벤티와 블루의 운행 방식과 급여 체계가 다르다. 벤티는 강제 배차 서비스로 배회 영업이 없다. 벤티 운전기사는 주어진 배차만 받고 하루 8시간 40분씩 일하면 월 2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블루 운전기사는 배차 서비스와 함께 배회 영업도 해야 한다. 하루 6시간 40분을 일하지만 그만큼 고정 급여(206만 원)도 벤티 운전기사보다 적다. 다만 블루 운전기사는 월 기준운송수익금을 초과 달성할 경우 해당 금액의 60%를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

 

윤씨는 “블루 운행으로 벤티와 같은 월급을 받으려면 매출을 올려 성과급으로 채워야 한다. 차고지로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일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는 운행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벤티와 비슷한 시간을 일하지만 일은 더 하는 셈”이라며 “언론사 사회부에서 경제부로 부서 이동 발령이 났는데 월급이 60만 원 감봉된다면 심정이 어떨 것 같나. 여기에 업무 강도까지 더 높다면 어떤 직원이 이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일까”고 지적했다. 

 

윤승구 씨는 “힘이 닿는데까지 카카오모빌리티와 동고택시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찬웅 기자


법인과 운전기사들은 8월 한 달 동안 몇 차례 만나 합의를 시도했다. 운전기사들은 “벤티를 몰 수 없다면 정리 해고와 그에 따른 조처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인은 “해고는 없다. 근로계약서 조항에 따라 일단 배차를 할 것이다. 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무노동, 무임금일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기 싫다면 사표를 써라”라고 반박했다는 후문. 서로의 입장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노사 협의 과정에서 법인 관계자가 운전기사를 폭행한 일도 발생했다. 이는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윤 씨는 “우리는 벤티와 같은 급여 체계로 블루나 일반 택시를 몰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이는 다른 운전기사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 우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부당 보직 변경에 따른 정리 해고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동고택시는 우리에게 ‘성실 근로 거부 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며 내용증명까지 발송했다”며 “폭행 사건도 진행이 더디다. 사건을 축소해 종결하려는 것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우리가 스스로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는 “동고택시 측에 (단식 투쟁) 내용을 전달한 후,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벤티 운전기사들은 수일 내에 카카오모빌리티와 동고택시를 관할 노동청에 제소할 예정이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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