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보유한 제약사와 정부의 싸움이 본격화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안은 9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해당 제제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은 법원에 행정처분 집행정지 및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고시에 대해 18일까지 집행정지를 결정하며 일단은 제동이 걸렸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불러일으킬 파장이 만만찮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논란, 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1989년 개발한 뇌기능 개선제다. 국내에는 동화약품이 ‘글리아티린연질캡슐’의 품목허가를 받으며 1995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00년 대웅제약이, 2016년에는 종근당이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로부터 판권을 순차적으로 넘겨받으며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의 위치를 견고히 다져왔다.
논란이 본격화된 건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이후다. 당시 보건당국은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치료제로 효능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된 건수는 151만 5000여 건이었다. 2011~2018년 급여 청구 건수는 2929만 건으로 청구금액은 1조 1776억 원으로 집계됐다.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가재평가와 유효성 평가를 각각 진행했다. 이후 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적응증인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치매)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중 알츠하이머 치매에 관한 문헌만 존재한다며 중증·일반 치매 치료에만 현행대로 환자 본인부담률 5%의 급여를 유지하고 그 외의 적응증은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내용을 담은 고시안이 18일까지 집행정지된 상태다.
국정감사 이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유효성 평가를 진행해온 식약처는 지난 6월 국내 134개 제약사의 콜린아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255개 품목에 대해 임상 재평가를 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제약사들은 올해 12월 23일까지 임상시험 계획서를 포함한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품목 자진 취하를 해야 한다.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할 시 약은 퇴출당한다.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제출기한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대형제약사는 임상 설계 고민, 중소제약사는 자진 취하 분위기
제약사들은 매출이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영양제’, ‘치매예방약’ 등으로 환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처방돼왔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 규모는 2016년 1676억 원에서 2019년 352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급여가 축소되면 처방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약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특히 콜린알포세레이트로 적잖은 수익을 올려온 대형 제약사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대웅제약의 관계사 대웅바이오, 종근당, 유한양행 등이 이 시장에서는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의약품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처방액은 236억 원이고 종근당의 ‘글리아티린 종근당’ 처방액은 195억 원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판매하는 제약사 60여 곳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선봉장 역할을 하는 이유다.
이들 제약사는 임상계획서 제출에는 문제가 없다며 공동임상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웅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계획서는 제출 예정이다. 다만 공동 임상이나 임상 대상 적응증, 임상 디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행 상황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상 계획서를 내고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해 모두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원하는 제약사만 참여하는 쪽으로 공동임상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임상계획서를 제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제약사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적응증인 치매는 효능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나머지 두 적응증은 합쳐봐야 매출 비중이 10% 정도라 임상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반면 중소제약사는 자진취하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소송 등 별도의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다. 자진취하를 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판매하는 제약사 중 과반이 중소제약사다. 이들 중소제약사는 의약품을 생산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개 다른 제약사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따라서 중소제약사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의약품을 포기하면 수탁생산을 동구바이오제약, 한국프라임제약, 서흥, 한국바이오켐제약 등 업체의 수익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가 건강보험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식약처 허가 상황과 동일하게 급여가 적용됐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팀장은 “임상적 유용성이 떨어지는 약은 비용효과성에 대해 철저히 검토해 급여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또 급여 등재 후 논란이 된 의약품에 대해서 재평가가 이뤄지긴 하지만 정부와 사법부가 산업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미온적으로 나오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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