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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아시아나항공 '노딜', 꿈보다 현실 택한 정몽규 HDC 회장

재실사 요구로 갈등하다 결국 무산…대부분 사업에 정부 협력 필요해 관계 주목

2020.09.04(Fri) 18:48:56

[비즈한국] 3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재차 요구하며 결국 최종 계약 해지를 앞두게 됐다. 정몽규 회장이 HDC를 모빌리티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와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와 결별하려던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꿈도 9개월 만에 ‘공염불’로 돌아가게 됐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019년 11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회장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991년 상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회장 자리에 올라 아버지 정세영 명예회장과 현대자동차를 진두지휘한다. 하지만 현대그룹 창업주인 큰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자동차를 넘겨주며 이후 현대산업개발을 맡게 된다.

 

2001년 HDC그룹을 세운 뒤 27개의 계열사와 자산 11조의 기업집단으로 성장시켰다. 2018년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총액 순위 46위에서 2019년에는 33위로 도약했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업계 진출을 꿈꿨다. 그 배경에는 선친 고 정세영 명예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정세영 명예회장은 ‘포니 정’으로 불리며 현대자동차를 경영했으나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꿈이 좌절됐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2005년 포니정재단을 만들어 포니정 혁신상을 운영하고 장학·학술 지원을 하는 등 아버지의 뜻을 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멀어진 모빌리티그룹의 꿈

 

2019년 11월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으로 2조 5000억 원을 적어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애경그룹보다 최소 5000억 원 이상 높은 금액으로 추정된다. 정몽규 회장은 HDC를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로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최소입찰 가격을 8000억 원으로 밝혔는데, 다른 기업보다 높은 HDC의 입찰가를 보고 다른 조건을 볼 필요가 줄어들게 됐다. 12월 27일 HDC는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 Share Purchase Agreement)을 체결하며 계약금 250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0년 4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HDC가 4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지만 29일 공시를 통해 주식취득예정일자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와 재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항공업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항공사업에 정몽규 회장이 투자하기를 꺼린다고 입을 모았다. 

 

HDC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다. 6월 5일 산업은행은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인수의지가 없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HDC를 압박했다. 

 

​채권단의 압박에 ​HDC는 6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아시아나항공 가치 급락, 재무제표 신뢰성 문제 등이 보인다.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산업은행에 공식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7월 14일 금호산업은 “러시아 기업결합 승인 등의 선행조건을 완료했다”며 HDC에 계약을 종결하자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HDC는 “부채 급증, 내부회계문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선행조건을 제대로 완결하지 않았다”며 계약 종결을 하지 않았다.

 

HDC는 금호산업의 계약해지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2주간의 재실사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이 재실사 요구를 거절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는 포기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8월 3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시장 신뢰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경제활동을 할 때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수장의 발언이기에 사실상 정부의 뜻이다.

 

이후 ​HDC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재실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측은 이를 거절했다. 이미 실사를 통해 인수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은행의 최후통첩까지 나온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정몽규 회장이 만났다. 이 때문에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제기되었지만, 거래는 무산되고 말았다.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사실상 최종 계약 해지만을 앞둔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 주 정부의 지급보증을 통해 최대 2조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HDC의 향방은?

 

재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아시아나항공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앞으로 핵심은 2500억 원의 계약금 반환 문제다. 업계에서는 HDC가 지속해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해석했다. 계약 무산을 아시아나 측 책임으로 돌려 계약금을 받아내려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양측의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포니 정’이라는 정세영 회장의 별명을 본따 만든 조형물이 고 정세영 회장 묘지로 가는 길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정동민 기자


정몽규 회장이 HDC를 모빌리티그룹으로 만들겠다는 꿈도 당분간은 실현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으로 인해 정부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항공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운수권 확보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력사업인 건설업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건설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여러 인허가가 필요하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아시아나인수 협상 과정에서 HDC 측과 만나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으로 정부와 관계가 껄끄러워진 ​HDC로선 한동안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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