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정상급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코인빗이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 조종 혐의를 벗을 수 있을지 금융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업비트의 항소심 재판은 9월 16일부터 시작되고, 코인빗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의 내사를 받고 있다.
#업비트 항소심, 암호화폐 관련 법 공백으로 면죄부 받나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국내 2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과 남 아무개 재무이사, 김 아무개 퀀트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사전자기록 위작 등의 혐의로 2018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2017년 9월 봇(Bot) 계정 ‘ID=8번’을 개설한 후 두 달간 122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며 회원 거래를 유도하여 시세를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회원들과 암호화폐 35종을 거래해 1491억 원을 편취했다고 봤다.
당시 검찰은 송 의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0억 원, 가상화폐 관리·지출·결산 등 재무를 담당한 남 이사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 ‘ID=8번’ 계정을 개설한 후 자동주문프로그램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 업무를 담당한 김 팀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불구속 기소된 업비트 운영진 세 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ID=8번’ 계정에 전자정보를 입력했고, 입력할 때마다 전자정보에 상응하는 원화나 가상화폐를 입고한 점이 없다는 점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업비트가 ‘ID=8번’ 계정에 입력한 전자정보와 두나무의 실제 보유 자산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전자정보에 기입된 숫자가 주문한도로 기능했을 뿐 해당 계정의 자산 및 잔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가상화폐나 원화를 보유하지 않은 채 일반 회원들과 거래했음에도 거래에 참여한 사실을 숨겼고, 임의로 가격을 형성한 점 등을 사기에 관한 공소사실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관련 법률이 없어 가상화폐거래소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 원화를 보유했는지, 시장이 교란됐는지 등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가상화폐거래소가 주식거래소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했다는 이유로 주식과 동일한 규율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두나무가 직접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회원에게 공지할 법률적 의무가 없다는 의미다.
검찰은 가상화폐 거래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비트 운영진 세 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해 올해 2월 항소했다. 오는 16일 공판예정기일이 예정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법률 공백으로 인한 위법적 관행을 불법이라 선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반면 가상화폐거래소 업계에서는 “이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소규모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조작을 따라할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청 광역수사대, 코인빗 자전거래 내사 착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국내 3위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빗의 자전거래, 시세조작 등의 혐의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건 지난해 1월 발생한 코인빗 실소유주 최 아무개 회장의 폭행 사건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이 퇴사한 직원 정 아무개 씨와 강 아무개 씨를 회장실로 불러내 “육고기로 갈아버린다”, “사지를 못 쓰게 한다”는 협박과 함께 5일간 이들을 폭행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직원 두 사람이 최 회장을 서울강남경찰서에 고발한 것이다.
정 씨와 강 씨는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자신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조작으로 부당수익을 챙겼고, 이 사실이 발각돼 최 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 씨와 강 씨를 폭행 피해자에서 사기 피의자로 전환한 후 내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6일 코인빗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일당이 챙긴 부당 수익금 규모가 최소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코인빗 관계자는 “거래소를 이용하는 회원들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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