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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방치, 대우건설 북한산 땅 '숲정원'으로 거듭날까

강북구 '무상사용' 제안에 대우건설 "보유세 부담 덜 수 있다면 긍정적"

2020.09.01(Tue) 18:54:42

[비즈한국] 북한산 숲정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강북구청이 사업부지 70%에 달하는 대우건설 땅을 무상사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개발제한 규제로 32년째 마땅한 용처를 찾지 못해 연간 수억 원의 보유세를 지출하는 대우건설은 재산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무상사용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검토하고 있다. 

 

강북구와 대우건설 CI(기업 이미지·Corporate Identity)

 

#개발 못하는 1급 비오톱, 강북구 ‘북한산 숲정원 조성사업’ 부지 무상사용 제안

 

북한산 숲정원 조성사업은 북한산 동남쪽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화계사 인근 약 9만㎡(3만 250평) 숲(임야)을 문화‧휴양‧교육‧치유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림복합휴양 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지 약 70%(7만 3099㎡, 2만 2112평)는 대우건설 소유다. 강북구는 2018년 11월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강북2)의 지역건의사업 요청에 따라 이듬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사업 기본 구상, 추진 방식, 재원 확보 방안, 타당성에 관해 조사용역을 진행 중이다. 

 

강북구는 조사용역 과업내용서에서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된 일부 인접지 중 보호가 필요한 대규모 임야지역으로 민간개발 욕구를 행정력으로 억제하고 있으나, 현재 상태로 유지할 경우 지속적 개발 압력으로 향후 난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사업과 연계해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선도적 시민 여가공간을 조성해 관광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창출 등을 통해 자연과 지역의 상생 기반을 마련하고, 북한산의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서울시 최대의 산림복합휴양 단지 ‘북한산 숲 정원’을 조성해 서울시를 대표하는 생태관광명소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과업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산 숲정원 조성사업 대상지 위치도(위)와 항공사진. 자료=강북구청

 

강북구청에 따르면 강북구는 8월 11일 북한산 숲정원 조성사업의 녹지활용계약과 관련해 토지소유주인 대우건설과 협의했다. 강북구 측은 이날 대우건설 측에 사업구상과 일정을 설명하고, 대우건설이 공익과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부지 무상사용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무상사용 대가로는 부지 소유에 따른 재산세를 면제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세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1년 이상 공적으로 사용하는 재산에는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대우건설이 소유한 북한산 부지는 사실상 32년째 방치됐다. ​대우건설은 1988년 12월 당시 동력자원부 장관을 지내던 이봉서 한국능률협회 회장 등으로부터 일대를 매입했다. 이후 직원 복지용 사택 부지 등으로 자체 개발 또는 매각을 시도해 왔지만 각종 규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일대는 현재 산지관리법상 보존산지,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른 비오톱(Biotope, 생물서식공간) 1등급 토지로 등재돼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총 5개 등급으로 비오톱 유형을 구분해 적용하고 있는데 비오톱 1등급 토지에서는 ​일체 개발 행위가 금지된다. 현재 운영중인 산장과 배드민턴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이 유휴부지다.  

 

#매년 보유세만 수억 원대우건설 ​배임 부담 덜 수 있도록 협조 요청”

 

개발도 매각도 할 수 없는 땅이지만 보유 부담은 해마다 수억 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북한산 토지에 대한 보유세로 연간 5억~8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당장 유휴부지의 개발, 매각, 임대가 불가능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재산세 비과세 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앞선 강북구와의 면담에서 “강북구의 무상사용에 적극 협조하겠으나, 계약서 작성 시 경영진 설득과 기업의 배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강북구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북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북한산 숲정원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 구상과 타당성 조사 용역이 진행 중이다. 원활한 용역 추진을 위해 사업대상지 대부분을 소유한 대우건설과 토지 사용 관계를 협의 중이다. 당초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토지 매입비가 막대하다 보니 관의 입장에서는 예산을 들이지 않는 최선의 안으로 접근하는 상황”이라며 “재산세 감면 조항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비과세 혜택이나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강북구에서는 예산 투입을 막는 부분에서 좋은 방안이기 때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북한산 소유 부지 초입에 위치한 경고문. 사진=차형조 기자

 

대우건설 측은 “북한산 부지 사용계약과 관련해 강북구와 협의 중이다. 이 땅을 1988년 취득해 사원주택 건축과 매각 등을 검토했지만 개발 규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강북구청에서 무상으로 임대를 요청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간 5억~8억 원을 보유세 명목으로 내고 있는데, 무상 임대 기간 동안은 보유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라며 “향후 구청에서 생각이 있다고 하면 매각할 의사는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은 “코로나19 시대에 서울시민이 밀폐되지 않는 안정적인 휴식공간이 확대돼야 한다. 서울시가 7월 8일 기후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표한 ‘서울형 그린뉴딜 6대 전략’과 같은 차원”이라며 “북한산 숲정원 사업부지는 비오톱 1등급으로 북한산의 식생이 잘 이뤄진 곳이다. 현재 부지에 대한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외부인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예산을 들여 치우기도 하는데, 산림 자원에 대한 관리와 불필요한 예산집행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숲정원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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