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7월 KT에서 있었던 사내메일 무단 삭제 논란 피해자라 주장하는 장 아무개 씨가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등 6명을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씨는 지난 8월 27일 구현모 사장 등 사측 관계자 6명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측과 동등한 자주적인 노조 활동을 지향하는 KT민주동지회에 따르면 장 씨는 올 연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장 씨는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9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사내메일을 통해 KT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 근절을 호소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그런데 장 씨가 7월 9일 마지막으로 보낸 ‘구현모 사장님께’라는 제목으로 발송한 이메일이 당일 오후 그의 동의 없이 임직원들의 이메일 함에서 무단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삭제된 메일은 수년 간 노사총괄 담당을 하면서 노조선거 개입행위 의혹을 받는 신 아무개 부사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구현모 사장에게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이 이메일에서 장 씨는 회사로부터 업무와 무관한 메일을 보냈다고 경고를 받았지만 ‘노조선거에 대한 회사의 불법개입 문제’라는 오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장에서 그는 “업무와 무관하고 더욱이 불법이기까지 한 노조선거 개입에 적극 관여한 인물들이 현재도 회사의 각종 고위직에 있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인사조치를 왜 하지 않는가”라며 “대표적으로 신 아무개 부사장은 노사업무 총괄 당시 이석채 (당시) 회장에게 아부 발언을 한 서울지역 한 지사장을 최하위 경영실적임에도 유임시켜야 한다고 요청해 이를 관철시킨 인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업무와의 연관성을 그렇게 회사가 강조한다면 업무와 무관한 노조선거 불법개입을 해온 인물들을 정리하고 그런 인물들의 온상인 노사팀부터 해체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며 “경영진이 직원의 신뢰를 업고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우선 리더로서 정의로움과 공정함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구 사장에게 당부했다.
이밖에 장 씨가 고소장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충격적이다. ‘적폐 선거개입 근절’이란 제목의 이메일에서 그는 “KT에서 회사가 노조선거에 개입하는 걸 모르는 조합원은 거의 없다. 선거철이 되면 선거결과를 가지고 줄을 세우고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건 KT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라고 꼬집었다.
‘적폐청산 2’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도 장 씨는 “전라남도에서 근무했던 김 아무개 조합원은 2013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유서에서 회사관리자가 노조투표시마다 회사 측이 요구하는 대로 투표하도록 협박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투표결과를 촬영해 관리자의 사후 검증에 대비했다는 정말 기막힌 사실을 적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강조했다.
KT는 장 씨에게 그 근거로 2014년 1월 작성된 이메일서비스 운영정책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KT는 사내·외 이메일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 직원들에게 회사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행위를 메일 오남용으로 규정하며 금지하고 있다.
또한 운영정책서 규정을 근거로 KT는 메일 오남용 시 1차 경고로 발송자와 발송자 소속 기관장에게 경고메일을 발송하며 재 발생할 경우 최대 3개월간 메일 발송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장 씨에게 통지했다.
하지만 KT의 그 어느 사규에도 이메일 발송자의 동의 없이 이메일을 무단 삭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장 씨는 메일 삭제 이후 수차례 구 사장과 담당자들에게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을 듣지 못했고 결국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장 씨는 구 사장 등을 정보보호망법과 형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정보보호망법 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벌칙 규정을 뒀다.
형법 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장 씨는 “7월 9일 ‘구현모 사장님께’라는 제목으로 KT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이 당일 오후에 모든 직원들의 수신함에서 삭제됐다. 사측은 당사자 동의 없는 일방적 메일 삭제에 아무런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명확한 이유를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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