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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웨이브·티빙…국내 OTT들이 영화배급사와 갈등하는 진짜 이유

"영화 별도 과금" 요구에 반발…방송사업자로 분류될 경우 콘텐츠업체의 송출 플랫폼으로 전락 우려

2020.08.28(Fri) 16:43:16

[비즈한국] 국내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Over The Top) 업체들과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 간에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수배협이 국내 OTT들이 정산 금액을 인상하지 않으면 영화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OTT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정부도 기존 방송법으로 통제하려 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자칫 토종 OTT를 더욱 압박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국내 OTT들에게 정산 금액을 인상하지 않으면 영화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OTT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갈등하는 상황이다.

 

수배협은 지난 5일 왓챠·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사에 영화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국내 OTT는 수배협 소속인 진진·엣나인필름 등 13개 영화사가 배급하는 400여 편의 외국 영화를 방영할 수 없게 됐다. 

 

수배협은 국내 OTT들의 정산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수배협과 국내 OTT들은 전체 OTT사의 총 시청시간 중 수배협 회원사가 공급한 영화의 시청시간 비율을 따져 수익을 나누는 RS(Revenue Share) 방식으로 계약했다. IPTV·TVOD는 영화 편당 최고 1만 원의 비용을 내고 시청하는 데 비해, OTT는 월정액을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 즐길 수 있어 영화 배급사의 수익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수배협의 주장이다. 따라서 영화 콘텐츠를 쓰는 데 대한 합당한 비용을 치르든가, 영화만을 위한 별도의 과금 시스템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OTT들은 그간 투명하게 정산했으며, 수배협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한다. 국내 영화 유통은 극장에서 개봉한 뒤 건별 결제 서비스 IPTV·TVOD를 거쳐 SVOD 플랫폼으로 이어진다. 영화 개봉 이후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영화가 OTT 유통을 시작할 때는 신작의 가치를 잃어 SVOD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쯤부터다. 국내 OTT 관계자는 “신작의 수명이 거의 다해 매출이 나올 때 월정액 서비스를 한다”며 “배급사로서는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TT들은 영화 종류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수배협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월 구독형 요금제는 OTT의 철학이자 기본 운영 방식이며, 국내 OTT가 아직 영세하고 초기 단계라 RS 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OTT 관계자는 “영화만을 위해 개별 과금 시스템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은 구독형 모델을 버리고 IPTV가 되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시청시간에 따라 수익을 분배하지 않고, 처음 계약 시 목돈을 주고 판권을 구입하는 플랫(Flat)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가 2억 명에 달하고, 거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왓챠의 경우 현재 약 8만 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유통 중이기 때문에 수배협으로부터 400여 편의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타격은 미미할 거라 판단한다. 수배협과 국내 OTT는 이달 중 공청회를 열고 요금 문제와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는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갈등은 OTT의 법적 규정이 모호해서다. OTT는 아직 방송법상 명확한 지위가 없는데, 정부는 이 문제 해소를 위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주축으로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수배협을 비롯한 기존 콘텐츠 공급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꾸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통위는 OTT에게도 기존 방송 채널과 같은 잣대를 제시하며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OTT가 방송사업자로 분류될 경우 결과적으로 콘텐츠 업체의 송출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이종현 기자

 

방통위는 OTT를 지상파·종합편성채널·IPTV 등 기존 방송 채널과 마찬가지 잣대를 제시하며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OTT를 방송사업자로 분류하면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을 내야 한다. 수배협에도 지상파 방송에 준하는 징수 기준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수배협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들도 OTT들에게 영화와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OTT는 하나의 방송사업자이기 때문에 RS 방식 정산 체계를 포기하고 여러 콘텐츠를 패키지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OTT는 저렴한 월정액 서비스로 가입자를 늘린 뒤 자체 콘텐츠를 쌓아가는 형태의 사업 구조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면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 등 콘텐츠 공급 업체의 온라인 송출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OTT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OTT의 법적 지위를 IPTV와 유사한 형태로 규정하고 방송법으로 관리하려는 분위기”라며 “국내 OTT 플랫폼 주권을 지키고, 동남아시아 등 시장으로 K콘텐츠를 확산하려면 토종 업체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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