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한국에 있어야 했을 나는 또다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한국행을 앞두고 다시 정리 모드에 돌입했다. 귀국이 늦춰질 것이라는 짐작을 전혀 못한 채 지난 5월부터 독일 생활 정리를 시작한 터라 한창 정신없이 보냈어야 할 7, 8월을 여유롭게 지나고 나니 다시 달려야 할 타이밍.
‘독일 스타일’대로 짐 싸는 데 하루, 컨테이너에 싣는 데 하루 등 총 이틀이 소요되는 이사 날짜를 새로 확정하고, 집을 반환할 때 받아야 할 ‘상태 점검’을 위해 여기저기 묵은 때 청소도 틈틈이 조금씩 하는 중이다. 관리인 요청처럼 ‘새집 같은 상태의 반환’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겠지만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해야 하니까.
남은 정리 절차 중 가장 머리 무겁게 만드는 일은 자동차 매각이었다. 어차피 한국에 가서 자동차를 마련해야 하니 한때는 타던 차를 컨테이너에 실어 갈까도 고민했으나, 운반비용과 세금 등을 알아본 후 바로 포기. 차를 판 가격에 운반비, 세금 등을 합하면 웬만한 새 차 한 대 뽑을 가격이었다.
독일에 오기 전에만 해도 ‘독일 가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벤츠 오너 될 수 있는 건가’ 했던 생각이 오자마자 무너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웬만한 수입차도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독일에서 중고차를 매매하는 루트는 직거래, 그리고 중고차 딜러와 거래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직거래는 관련 사이트나 앱을 통해 이뤄지기도 하고, 한인 커뮤니티를 통하거나 지인 등을 통해 아는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 딜러와 거래하는 건 딱히 설명이 필요 없을 터.
딜러를 통하면 자동차 매매 시 골치 아플 수 있는 이런 저런 부수적인 절차까지 알아서 해주니 더없이 편하겠지만 문제는 비용. 차량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싼 가격에 매각을 해야 하고 사는 입장에서는 직거래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직거래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개인 간 거래가 갖는 위험성이 불안하거나 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혹은 복잡한 절차가 불편하다면 믿을 만한 딜러를 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일에는 직영 판매점들이 신차와 함께 자사의 중고차들을 함께 판매하기 때문에 차량 상태 등 보증 면에서는 확실하다. 물론 일반 중고자동차 매장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 우리의 경우도 폭스바겐 직영 매장 몇 군데를 들러본 후 1년이 채 안 된 거의 새 차 수준의 중고차를 매수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들은 가능하다면 ‘한인들끼리’ 직거래를 통해 차량을 팔고 사고 싶어 한다. 비용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차량 상태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야 첫째도 둘째도 가격이 우선이겠지만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은 물론이고 어떤 차주가 어떻게 차를 운행했는지 이력을 파악할 수 있다면 안심이 될 테니 말이다. 특히나 좁은 한인 사회의 특성 상 직접 알지 못한다 해도 한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한인간 직거래를 통하면 좋은 차를 믿고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편이다.
8월 초부터 차 매각을 고민하며 직거래를 알아보던 우리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시세를 확인했다. 딜러에게 넘길 때 보통 3000~4000유로 정도가 빠진다고 하니 직거래 시 가격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개인 간 거래 시 중고차 딜러에게 넘기는 가격과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중간 정도를 합리적 가격으로 책정하는 편. 물론 한국인에게 매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독일에서 대표적인 중고 자동차 거래 사이트인 아우토스카우트24(Autoscout24)와 모빌레(mobile) 두 군데서 직거래하기로 했다.
그 무렵 차를 매각한다는 ‘소문’을 들은 지인으로부터 매수를 희망하는 한국인을 소개받았고, 역시나 한 다리 건너 아는 매수 희망자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한국인 정비사가 있는 정비소에서 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간단한 시승과 차량 상태에 따른 약간의 가격 조율 과정을 거쳐 며칠 만에 ‘머리 무겁던’ 자동차 매매가 해결된 것.
이제 계약서를 쓰고 차량을 인도하기 전 말소하는 과정이 남긴 했지만 구두계약 성사로 큰 산은 넘은 셈이다. 예상보다 조금 싸게 팔긴 했지만 이런저런 시간 낭비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차를 팔고 나니 한국에서 구매할 차도 은근 신경이 쓰이는 상황. 요즘 인기 있는 차들은 6개월 이상 ‘대기’라던데 독일을 떠나기 전 미리 계약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폭풍 검색을 하던 즈음, 테슬라에 푹 빠진 지인이 일단 시승해볼 것을 권했다. 전혀 리스트에 없던 차종이지만 경험 삼아 시승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는 기대 이상이었던 테슬라 시승기는 다음 기회에.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2017년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애플, 이제는 앱스토어 수수료 낮춰야 할 때
· [김대영의 밀덕]
서울과 수도권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의 진짜 위력
·
[단독] 배달의민족 PB·방송·숙박업 상표출원, 영역 넓히나
·
[알쓸비법] 병행수입업자가 국내 상표권자 견제를 피하는 방법
·
[현장] "방역조치 잘 따랐는데…" 영업정지에 우는 PC방·노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