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폭풍전야’. 방역당국은 2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현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 확진자 수가 정체된 듯 보이나 전국 확산을 앞둔 상태라는 이야기다. 국내 확진자는 8월 중순부터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12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열흘 넘게 하루 확진자 수 세 자릿수를 이어간 것은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기간(2월 말~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정부와 의사 간 갈등도 폭풍전야인 건 마찬가지. 전공의와 전임의 등 의사들이 26일부터 사흘간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집단휴진)’을 강행하자 정부는 집단휴진에 나선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면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의료인이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벌금에 처해진다. 1년 이하 면허정지와 금고 이상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나 폐쇄도 가능하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일자 기업과 소상공인 등 소규모 개인사업자부터 예비 신혼부부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납부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학생까지 저마다 고충이 커지고 있다. 방역 체계를 어떻게 강화할지도 고민이다. 지난 6월 개원한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00여 개의 코로나19 관련 발의안이 쏟아졌다. 과연 이들 법안은 경제·사회 전반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을까. 비즈한국이 21대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코로나19 법안을 분석했다.
#사랑제일교회·광화문 집회…집회 관련 개정안 다수 발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도심 집회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하자, 집회나 집합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 기준을 강화하자는 두 법안이 8월 21일 나란히 발의됐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집회 등 금지조치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은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재난으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사람이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20일 대표 발의했다. 현재도 재난 예방을 위해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시설 또는 지역 방문자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나 어길 시 처벌조항이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6년 제정된 테러방지법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코로나 블루’를 경계하는 발의안도 제출됐다. 감염병 환자 및 가족들의 심리 치료에 드는 경비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자는 법안, 환자를 비롯한 가족과 의료인들도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리지원 대상에 포함하자는 법안이 각각 최혜영 민주당 의원과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 대표 발의로 7월 제출됐다. 그러나 최혜영 의원 발의안에 대해 홍형선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한정된 국가재원을 고려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정신건강 관리 대상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역 및 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7월 30일 보건복지위원회는 우선 네 개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위원회안으로 가결했다. △감염병 환자가 전원 및 의료기관 이송 등을 거부하면 치료비 부담은 물론 과태료를 부과하고 △감염 위험 시설 관리자 등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에서 감염병에 감염된 외국인은 치료 및 입원비를 본인 부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개정안은 8월 4일 열린 8차 본회의에서 의결돼 12일 공포됐다.
#세액공제 혜택 확대 발의안 많았지만, 재정 건전성 우려도
경제 관련 법안 중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는 발의안이 잇따라 제출됐다. 특히 코로나19로 매출 감소 타격을 크게 받은 영세사업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박홍근·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간이과세제도 적용 기준금액을 현행 4800만 원에서 각각 1억 원, 3억 원, 99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정부가 연매출 기준을 8000만 원 미만 사업자에게 간이과세 수준의 부가가치세 감면 특례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개인사업자의 어려운 여건에 공감해 25일 국무회의에서 부가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간이과세 기준금액은 연 매출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간이과세자 23만 명이 1인당 평균 117만 원의 세금 부담을 덜 전망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소득세·법인세를 5~30% 깎아주는 특별세액감면 적용 기한도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 연장될 예정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안 중에는 리쇼어링(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에 혜택을 주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리쇼어링을 키워드로 포함한 발의안만 6개 제출됐다. 어기구·정일영·김진표 민주당 의원, 구자근·엄태영·김용판 통합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리쇼어링을 유도하는 법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국내로 복귀한 기업이 자체 개발한 재화나 용역을 판매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소득 20%를 세액 감면하거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에 복귀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리쇼어링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직 이들 발의안은 계류 중이나, 정부도 리쇼어링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개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세금 지원책을 담은 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국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국가의 재난관리에 소요된 재원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매년 지속적으로 재원을 적립해 운용하는 국가재난관리기금을 설치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32조 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조 3000억 원 감소했다.
한편 사회 관련 법안으로는 대학교 등록금과 관련된 법안이 유독 많았다. 현재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고려하는 상황이라 대학들도 비대면 수업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이에 박영순 민주당 의원과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감염병으로 수업 질이 현저히 낮아진 경우 등록금을 면제·환불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재난으로 인한 사유로 학생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때 대학들이 적립금을 학생지원 목적으로 변경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현재 적립금은 적립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데다 대학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적립금 사용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는 취지다. 정부도 법안 내용에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7월 등록금을 반환한 대학에 총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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