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환자들에게 100억 원이 넘는 치료비 선금을 받고 제대로 진료하지 않아 ‘먹튀 논란’을 일으킨 강 아무개 투명치과 대표원장이 결국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원장은 앞서 4월 법원에 일반회생 신청을 했지만, 7월 법원은 회생신청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리라 예상하는 동시에 면책 범위가 관건이 될 거라 내다본다.
법원에 따르면 강 원장의 파산·면책 신청은 지난 7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됐다. 채권자는 시중은행 5곳, 카드사 7곳과 일반 피해자를 포함한 388명이다. 오는 9월 18일 파산심문기일이 열린다. 파산심문기일은 재판부가 파산을 신청한 채권자나 채무자 기업을 상대로 회사의 현황을 질의하는 절차다.
강 원장의 파산신청은 앞서 회생신청이 기각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4월 강 원장은 빚이 보유자산을 초과하니 채권액 98%를 탕감해달라며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파산에 이르게 된다면 본인이 지금까지 연마해온 전문지식이 사장돼 사회·경제적으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회생채권 이외의 나머지 채권은 자산 매각 대금과 급여소득으로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4월 기준 강 원장의 채무는 218억 원가량이었다.
그러나 7월 17일 서울회생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채무자의 청산가치는 약 73억 5393만 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약 73억 4077만 원으로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 채무자의 계속근로가치 산정의 기본 전제가 된 OO 치과의 봉직의로 계속 근무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의 결과와 피해자들의 민원제기에 따라 불확실한 부분이 있고, 투명치과를 운영하며 발생한 환자들의 사후 진료에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 원장은 회생절차가 폐지됨에 따라 파산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파산 선고가 되면 사후관리병원을 운영하기 힘들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강 원장은 “2018년 5월 병원에서 직원 18명 중 14명이 갑자기 나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 이후에도 의료진이 빠졌지만 세 명 정도 되는 의료인이 남아 ‘환자를 어떻게 버릴 수 있겠냐’는 마음으로 진료를 해왔다. 청담동으로 이전해 약 2년간 치과를 운영해온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원장은 “계속 치료해달라는 환자도 많아 사후관리병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압류가 계속 들어왔다. 회생 인가를 받으면 압류 없이 병원을 할 수 있다고 해 회생 신청을 했으나 폐지됐다. 빚을 갚는 게 불확실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 파산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파산이 되면 사후관리병원을 운영하기가 복잡해지기는 하지만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을 배당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의 청산가치가 계속가치보다 크다는 말은) 원장이 채권을 탕감해주면 돈을 조금씩 갚겠다고 했는데 법원이 그렇게 해서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파산 외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동민 법무법인 정송 변호사도 “파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의견을 표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법원이 파산 선고를 하면 파산관재인이 채권조사 등을 통해 채권과 채무를 확정한다. 한 피해자는 “법원이 파산을 받아들이면 돈도 못 돌려받고 치아는 망가지고 정신적으로 더 고통받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법원에 탄원서를 보내자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앞서 투명치과 피해자들은 강 원장의 회생신청을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면책 범위가 관건이 될 거라 내다본다. 면책허가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조세·벌금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등은 면책에서 제외되는 채권에 해당한다. 즉 무조건 갚아야 한다.
정양훈 변호사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나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은 파산 면책 제외 사유임은 분명하지만,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나 단순 채무불이행은 제외 면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사실관계의 구성에 따라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9월 법원은 강 원장이 원고인 환자 74명에게 진료비 2억 5300여 만 원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하며 “이 사건 각 진료계약은 사회통념상 종국적으로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이 문구는 과실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불법행위를 일으켰다고 보기보다는 고의로 채무 이행을 포기했거나 이행불능을 인식하며 고객을 모집함으로써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파산 단계에서 채권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여기서 이런 주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파산 선고가 내려져도 강 원장은 병원을 개업할 수 있다. 의사 면허도 박탈되지 않고 그대로다. 박동민 변호사는 “파산 선고로 인해 피해자들 입장에서 좋은 점은 강 원장이 상당 기간 의료행위를 못 한다는 점 이외에는 거의 없다”며 “파산선고를 받으면 의료법인의 임원이 될 수는 없지만, 개업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위치했던 투명치과는 연예인 치열 교정으로 유명해졌으며, SNS 할인 이벤트를 통해 “별도 추가비용 없이 299만 원으로 투명 교정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해 큰 인기를 끌었다. 환자들이 물밀듯이 몰려왔고, 치과는 치료비를 선불로 받았다. 그러나 대대적인 홍보와 달리 진료는 부실했고, 지난 2018년 확장 공사 등을 이유로 진료를 돌연 중단했다.
현재 사기·업무상 과실치상·의료기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원장의 형사 처벌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피의자인 강 원장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재판은 길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사기를 저지를 마음도 없고, 사기를 치려고 병원을 한 것은 아니다. 이유야 어떻든지간에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게 나로서는 가장 중요하다. 괴로운 심정이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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