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파트를 팔고 20억~30억 원 수준의 빌딩을 사고 싶다는 갭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 코로나19 때문에 현재 매물로 나온 물건은 공실이 한두 개씩 있는데, 공실 없는 빌딩은 빠른 속도로 계약이 되고 있다. 빌딩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면 대출을 최대한 받아 사라고 조언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공인중개업자의 말이다. 올 상반기 서울 빌딩 거래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최근 주택 규제로 길을 잃은 소자본이 상가 시장에 유입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불황기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꼬마빌딩 주도 상반기 빌딩 거래량 전년 대비 10% 증가
올 상반기 빌딩 거래량와 평당 거래 가격은 일제히 뛰었다.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이 2020년 1~6월 서울 일반 업무‧상업시설(빌딩) 실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서울 빌딩 거래량은 총 148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건(9.68%) 증가했다. 거래된 빌딩의 연면적 3.3㎡(1평)당 가격은 평균 3752만 원으로 전년 대비 410만 원(12.26%) 올랐다.
거래량 증가를 견인한 것은 10억~50억 원대 ‘꼬마빌딩’과 50억~200억 원대 빌딩이다. 빌딩 매매가별로 보면 △10억 원 미만 280건(61건 ↓), △10억~50억 원 735건(87건 ↑), △50억~200억 원 399건(94건 ↑), △200억 원 초과 69건(12건 ↑)이다. 꼬마빌딩의 평단가는 2018년 상반기 3605만 원, 2019년 상반기 3141만 원, 올 상반기 3498만 원으로 반등했다. 같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빌딩 면적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더 작아진 셈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다주택 규제가 연달아 발표되면서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거래된 빌딩 중에는 대출을 끼고 빌딩을 매입한 건물주가 공실 장기화를 견디지 못하고 내놓은 급매물도 더러 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주택에 투자해 이익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규제가 덜한 상업용부동산의 미래가치를 보고 거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밸류맵 기획팀장은 “10억~200억 원대 빌딩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은 수년 전부터 높아졌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부동산 수요 증가는 자연스러운 추세다. 다만 최근 거래량 상승이 주택 규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규격화된 주택과 달리 빌딩은 형태와 컨디션이 제각각이라 투자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 규모가 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투자수익은 하락 “무분별한 투자 유의해야”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상가담보대출은 사실상 규제가 없다. 2017년 ‘8·2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는 각각 40%로 제한됐다. 반면 상가담보대출 규제는 여전히 은행권 대출심사가 전부다. 빌딩을 매입해 대출이자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면, 부채를 지렛대 삼을 여지가 열려 있는 셈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상가건물담보대출 LTV를 60%, 미국은 80~85%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6대 시중은행의 상가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해 20대 국회 당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2017년 기준)에 따르면 LTV 60%~80% 대출이 전체 상가담보대출의 35.6%를 차지했다. LTV 80~100%에 해당하는 대출도 5.3%에 달했다. 0~30%는 전체 상가담보대출의 9.4%, 30~60%는 48.5%를 차지했다.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새로 실행된 상가담보대출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23%에 달했다.
문제는 빌딩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빌딩 수익은 크게 임대수익과 빌딩 자산가치 변동으로 나뉠 수 있는데 통상 둘은 정비례 관계다. 한국감정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연면적 330㎡(100평) 미만 소규모 상가의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변동을 합산한 ‘투자수익률’은 2020년 2분기 기준 1.09%(서울 1.31%)로 전년 동기 대비 0.31%p, 2018년 2분기 대비 0.53%p 감소했다. 오피스의 올 2분기 투자수익률은 1.33%(서울 1.57%)로 전년 동기 대비 0.51%p, 2018년 2분기 대비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규모상가와 오피스의 공실률은 올 2분기 각각 6%, 11.3%로 전기 대비 0.4%p, 0.2%p 늘었다.
이상혁 더케이 컨설팅 그룹 대표는 “기본적으로 빌딩 공급은 도시 개발로 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도소매업종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는 꺾이고 있다. 상가시장이 주택에 비해 세금이나 대출규제가 덜하다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빌딩 매입 자금 중 대출 비중이 30%를 초과할 경우 공실이 발생했을 때 자기 자본으로 이자비용과 관리비, 공실이 지속되는 동안의 기회비용을 소화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빌딩이 향후 경매나 급매로 넘어가지 않게 하려면 대출 비중을 30% 이내로 맞추고 빌딩 공실 여부 등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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