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가 올 1월 세탁기 사업 강화를 위해 내놓은 ‘그랑데 AI(인공지능) 세탁기’가 빈번한 섬유유연제 용량 표기 결함으로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삼성전자는 결함에 대해 일절 공지하지 않고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에게만 ‘결함 부품 교체’란 임시방편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을 배가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랑데 AI 세탁기를 출시하면서 세탁물의 무게와 오염 정도를 자동 감지해 맞춤 세탁을 하고, 자주 사용하는 세탁·건조 코스 등을 기억해 세탁 과정을 추천하는 똑똑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그랑데 AI 세탁기가 세제나 섬유유연제가 부족할 경우 자동표시 기능까지 제공해 소비자들의 스마트한 생활을 이끌 것이라고 홍보했다.
특히 올 1월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을 책임지는 생활가전사업부장에 오른 이재승 부사장에게 그랑데 AI 세탁기는 첫 출시 제품이란 상징성도 커 한껏 기대를 모은 제품이었다.
삼성전자의 5월 말 발표에 따르면 그랑데 AI 세탁기는 출시 4개월 만에 6만 5000대가 판매됐다. 삼성전자는 8월 19일 현재 누적 판매량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소 10만 대 이상 판매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올라온 그랑데 AI 세탁기 구매 후기에는 전원을 켜면 계속 ‘섬유유연제 부족’이란 표기가 지속된다는 내용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섬유 유연제를 채워 넣어도 이러한 표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블로거 A 씨는 “섬유유연제를 조금 넣어서 그런가 싶어서 가득 채워 놓아도 계속 ‘섬유유연제 부족’으로 표기되고 있다”며 “물 먹은 섬유유연제가 통에서 줄줄 새어 나오는가 하면 빨래를 한 옷에서 섬유유연제 특유의 향도 나지 않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네티는 B 씨는 “섬유유연제 표기 오류에 대한 민원이 얼마나 많은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민원을 제기하자마자 두 말 없이 새 섬유유연제 통을 보내줬다”며 “섬유유연제 통 끝에 섬유유연제를 넣는 기능을 하는 밸브는 눌려지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밸브가 한 번 눌려지면 자동으로 제자리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 C 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고농축 섬유유연제를 사용할 경우 투입구가 막힐 수 있으니 물로 희석해서 쓰라고 한다. 그럴거면 완벽한 상태에서 출시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심지어 교체해 준 섬유유연제 통을 사용해도 같은 결함이 나타났다”고 질타했다.
삼성전자는 결함과 관련한 민원이 지속되자 지난 5월 이를 보완할 섬유유연제 통 밸브를 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현장 일선의 혼선으로 기존 밸브가 장착된 섬유유연제 통을 제공하는 사례도 빈발하면서 소비자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서비스 규정은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에서 4번 이상 동일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환불이나 무상 교환을 해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비스 기사가 소비자를 방문하거나 소비자가 서비스센터를 찾아 결함 제품을 맡길 경우에 한해 1회 결함으로 체크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그랑데 AI 섬유유연제 표기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 상당수는 택배로 섬유유연제 통을 수령해 직접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서비스 규정에 따른 결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그랑데 AI 세탁기와 관련한 상황이 이러함에도 아직까지 전혀 공지를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태를 보완한 섬유유연제 통을 교체할 경우 결함을 해소할 수 있다. 통을 설치하는 데에도 복잡한 조립 과정이 필요 없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교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존 밸브가 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부 밸브에 국한된 문제였다. 따라서 정식 공지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당사는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구매자들은 “세계적인 초일류 전자회사라는 삼성전자가 각종 경우의 수를 감안한 테스트도 없이 제품을 내놓은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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