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의 한 직영 택시법인에서 대형택시 호출서비스 ‘카카오T벤티’ 서비스를 종료한 이후 잡음이 일고 있다. 직영 택시법인들은 사업적 이유로 벤티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며 벤티 운전기사에게 중형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블루를 몰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벤티와 블루의 운행 방식과 급여 체계가 다른 까닭에 일부 벤티 운전기사들이 법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협상은 길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택시법인인 ‘동고택시’와 ‘진화택시’는 7월 31일부로 벤티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수익 악화’다. 동고택시와 진화택시는 12월 50여 대 규모로 시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약 8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동고택시는 이 과정에서 벤티 운전기사들에게 블루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경영상 부득이한 이유로 카카오T벤티 운영이 불가능할 때 법인은 운전기사에게 일반택시 승무를 명할 수 있고, 이때 임금 계산 방법은 법인의 임금 협정에 따른다’라는 근로계약서 조항이 근거다.
그러나 일부 벤티 운전기사들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 벤티와 블루의 운행 방식과 급여 체계가 현저히 다르다는 이유였다. 벤티는 강제 배차 서비스로 배회 영업이 따로 없으나, 블루는 배차 서비스와 배회 영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만큼 급여 체계도 다르다. 벤티 운전기사는 하루 8시간 40분을 운행하는 대신 고정 급여로 약 260만 원을 받는다. 반면 블루 운전기사는 운행 시간이 6시간 40분으로 짧지만 고정 급여는 206만 원으로 적다. 다만 블루 운전기사는 월 기준운송수익금을 초과 달성할 경우 해당 금액의 60%를 성과급으로 가져갈 수 있다.
벤티 운전기사 A 씨는 “260만 원 받다가 갑자기 206만 원만 받으라고 한다면 어떤 근로자가 이에 동의할까 싶다. 운행 방식이 다른 것도 문제다. 택시를 몰아본 이라면 배회 영업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며 “같은 급여 체계로 부서를 이동시켜줘도 불만 사항이 생기는 판인데 회사는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에 월급 낮춰 들어가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벤티와 블루 서비스 모두 운전기사가 월 수익으로 200만 원 중반대를 수령할 수 있는 구조다. 각 서비스 특성 등을 고려해 상세 월급 명세서만 다를 뿐”이라며 “또 벤티의 계약상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40분이고, 블루 근로시간은 1일 6시간 40분이다. 노동시간 측면에서 블루 운전기사에게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A 씨는 “블루는 200만 원 대의 낮은 고정급여 탓에 성과급으로 60만 원을 채워야 한다. 계약서상 소정 근로시간은 6시간 40분으로 돼 있으나, 차고지를 떠나 다시 돌아오는 시간까지 더하면 총 10시간이다. 차고지를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에도 배회 영업을 해야 성과급으로 60만 원을 받을 정도로 근무 환경이 빡빡하다. 점심시간도 아껴서 운행해야 한다. 이는 블루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터지는 불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19년 9월에 벤티 운전기사로 합격했지만 벤티 운전대는 5개월 후에야 잡았다. 언제 일을 시작할지 몰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하다가 2월이 돼서야 겨우 운행을 시작했다. 벤티 운전기사로 몇 개월 동안 월급을 받으면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했다. 역시 카카오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성실히 운행했다. 수익 악화로 벤티를 철수한 건 회사다. 왜 그 손실을 성실히 일한 운전기사에게까지 부담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운전기사들이 새로운 서비스인 벤티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운행한 것에는 충분히 감사한다. 법인 측이 벤티 운전기사들에게 일반 중형 택시가 아닌 블루 서비스를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재로서는 벤티를 다시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벤티 운전기사들만 다른 급여 체계로 계약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원만히 합의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 씨를 포함한 벤티 운전기사 일부와 택시법인 측은 8월 14일 만나 서로의 입장을 공유했다. A 씨는 “회사 영업을 방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정당한 권리를 얻고 싶을 뿐이다.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면 법적 분쟁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재원 법무법인 메이데이 대표 변호사는 “법인이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의 중요 부분인 임금체계를 변동하는 것은 불이익 처분에 해당한다. 이 체계를 바꾸려면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관할노동위원회에 사건구제를 신청하면 법인이 패소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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