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무려 28개의 박물관이 모여 있는 ‘박물관고을’ 영월에서도 눈에 띄는 박물관이 있다. 영월군 한반도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이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박물관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역사의 기록자’인 기자가 되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1일 기자 체험
온 가족이 함께하는 ‘1일 기자 체험’은 아담한 야외 전시장에서 시작한다. 현장 기자들의 보도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에 ‘6월 민주항쟁’ 사진전이 8월 말까지 진행 중이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진은 거대한 태극기 앞으로 상의를 벗은 한 청년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뛰어가는 장면을 담은 ‘아! 나의 조국’.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이 사진은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였던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고명진 관장이 찍은 것이다. 이 작품은 AP 통신사 선정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포함되면서 유명해졌고, 중학교 사회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엄마 아빠에게는 익숙한 사진을 처음 보는 아이들도 호기심에 눈을 반짝인다. 고 관장이 직접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니 흥미가 더해진다. ‘기레기’라는 말이 익숙한 시대에 ‘역사의 기록자’라는 기자 본연의 역할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경험이다. 이어지는 실내 전시실에는 현장 기자들의 손때 묻은 전시물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옛 교실 벽 한쪽을 채우고 있는 기자 완장. ‘보도’, ‘촬영’, ‘PRESS’라는 문구가 적힌 완장들은 고 관장이 직접 사용하거나 선후배 기자들에게 기증받은 것이다. 그 중엔 역사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도 있다. 파란 바탕에 노란 글씨로 ‘기자’라고만 쓴 완장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때 사용된 것이란다. 보통은 행사를 주관한 기관이나 행사 이름 등이 들어가는데, 당시 북한에서는 ‘기자’라고만 쓰인 완장을 주었다고.
기자 완장 앞쪽은 작은 프레스룸이다. 여기서 기자용 헬멧과 조끼를 입고 방송용 ENG카메라와 마이크를 들면 누구나 기자가 되어볼 수 있다. 천장 가까이 떠 있는 헬리캠 아래 서면 자기 모습이 TV에 나와서 진짜 방송을 하는 느낌이다. 드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무선조정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장착한 헬리캠이 현장을 누볐다. 헬리캠 아래에는 예전 기자들이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와 녹음기가 보인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이 대체한 장비들이다.
#옛날 신문에서 드론 촬영 체험까지
다음은 한성순보와 독립신문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미디어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이다. 벽면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부터 6월 민주항쟁까지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은 옛날 신문들이 이어진다. 그 아래에는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들이 사용한 라디오와 여닫이문이 달린 옛날 텔레비전 등이 보인다. 전시실 중앙에는 예전 기사를 쓸 때 사용하던 타자기와 전동타자기, 워드프로세서가 놓여 있다. 엄마 아빠도 처음 써보는 타자기를 이용해 탁탁탁 소리를 내며 글씨를 쳐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1일 기자 체험은 다시 야외로 이어진다. 박물관 앞에 설치한 망원렌즈를 이용해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당겨서 찍어보는 체험이다. 가정에선 갖추기 힘든 대포 같은 망원렌즈를 보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린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기자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이다. 방송 전문가용 드론은 조정이 쉬워 아이들도 조금만 익히면 항공 촬영이 가능하다. 단순히 드론을 날려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높이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경험은 특별하다. 여기다 즉석에서 인화한 사진을 예쁜 TV 액자에 넣어서 색칠하면 하루짜리 기자 체험 완성.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우리 가족 신문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이 자리 잡은 한반도면은 한반도를 꼭 빼닮은 지형으로 유명하다. 길쭉하게 튀어나온 숲과 모래톱을 남한강 지류 평창강이 휘감아 돌아가는 모양이 영락없이 대한민국 지도다. 덕분에 원래 강원도 영월군 서면이란 이름을 아예 한반도면으로 바꾸었단다. 한반도지형 일대는 강원도 고생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곳곳에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생긴 거대한 구덩이와 동굴들이 보인다. 이렇게 생긴 석회암 지형을 ‘카르스트 지형’이라 한다. 하루 기자 체험을 마친 뒤에 둘러보기 좋다.
<여행메모>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주소: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로 1094
△문의: 033-372-1094
△관람시간: 10:00~17:00, 월/화요일 휴관
한반도지형
△주소: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산 180
△문의: 033-370-2931(영월군 문화체육관광과)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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