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미디어 업계의 가장 핫한 아이템인 유튜브 시장. 자연스레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유명 연예인과의 협업을 통한 영상 제작을 의미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시장의 급성장을 점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CJ E&M 다이아TV나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MCN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다는 게 MCN 업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최근 뒷광고 의혹·과장광고 의혹까지 터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그나마 나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해오던 ‘공공연한 편법’이 드러난 것인데, 시청자들이 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만 있던 MCN 시장이 격변기를 맞이했다는 평이 나온다.
#커지는 시장에 유명 연예인들도 대거 시작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최근 유명세를 탄 연예인 A 씨. A 씨의 탄탄한 팬층을 노린 한 대형 MCN 업체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A 씨가 팬들과 만나거나, 소소하게 도전을 하는 내용이 담긴 콘텐츠 생산에 집중했다. 주 1회 올라가는 영상을 위해 동원된 제작팀은 5명. PD 3명, 작가 2명으로 이뤄진 팀은 매주 15분 내외의 A 씨 콘텐츠 제작을 전담했다.
하지만 구독자는 3만 명을 넘는 선에서 정체되기 시작했다. 조회 수가 20만을 넘는 콘텐츠가 적지 않았지만, 인건비와 편당 500만 원에 달하는 제작비, 그리고 A 씨에게도 지급되는 상당액의 유튜브 수익금을 고려하면, 완벽한 적자였다. 해당 업체는 A 씨 관련 유튜브 제작 포기를 고려하는 상황. 다른 연예인과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신중하다. 누굴 선택하더라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을 만큼 빡빡한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유튜브 시장이 빠르게 미디어 콘텐츠 패턴을 잠식하고 있지만, 크리에이터나 제작자의 수익성은 높지 않다.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 정도면 환율 등을 감안할 때, 250만 원 전후의 수익이 매달 들어온다고 한다. 여기에 PPL과 같은 협업 제안이 들어오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이 별도로 꾸려지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고, 인건비 등을 제외하기 시작하면 수익성은 낮아진다. 특히 앞서의 A 씨처럼 연예인이 여러 명의 제작진을 꾸려서 시도할 경우 수익을 얻기는 쉽지 않다.
구독자가 250만 명이 넘는 도티가 이끄는 샌드박스네트워크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2018년 매출은 282억 원, 영업손실은 23억 원이었다. 그리고 유튜브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2019년에는 매출이 596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지만, 영업손실도 78억 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고퀄리티 방송 경쟁이 유튜브 시장에서도 본격화되면서, 들어가는 시간·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기조다. 대형 MCN 업체에 근무 중인 한 PD는 “최근 유튜브에서도 기존 케이블 채널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편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여 콘텐츠를 만드는 ‘고퀄리티 콘텐츠’ 경쟁이 심화됐다”며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게 먼저라고는 하지만, 유튜브라는 시장이 겉으로 보이는 만큼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여러 유료 콘텐츠를 시도하더라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점유율이 중요한 시점이라지만
확장하는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더 중요한 시점인 만큼 MCN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터진 뒷광고 의혹·과장 광고 의혹은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미리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구독자들을 기만한 이른바 ‘뒷광고’ 파문의 후폭풍은 시장을 강타했다. 강민경 씨와 한혜연 씨 등은 일부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도 영상에선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언급했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논란이 확산되면서 쯔양·도티 등 유명 유튜버들도 사과를 해야 했다. 특히 쯔양은 아예 은퇴를 선언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웹툰작가 이말년도 유튜브 채널 뒷광고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뒷광고·과장 광고 의혹은 MCN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진 것일 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는 MCN 시장의 특성이, 아직 제대로 된 규제나 기준이 없는 유튜브 시장 상황을 활용하다 보니 나온 ‘구독자 기만’이라는 설명이다.
MCN 업체의 또 다른 PD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제작 회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면 광고 등 다른 비즈니스를 꼭 붙여야 했다, 공중파나 케이블 같은 곳처럼 방송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기준도 미비하다 보니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고”라며 “한동안 유통업체와의 협업이 제한될 분위기라서 채널 운영을 통한 수익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서울 하위권 지역의 반란, 노원구
·
'하늘과 트럼프가 도운' MS, 틱톡 인수의 진짜 노림수
· [멋진신세계]
'가장 저렴한 유튜브 머신' 구글 네스트 허브 리뷰
·
'우주적 생태계로도 쉽지않네' 난항에 빠진 아마존 게임 사업
·
iOS 14에 잡힌 틱톡의 '은밀한 접근' 과연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