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모바일 통신칩 시장의 절대강자 퀄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이 막힌 데다 삼성전자·구글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이 5세대(5G)로 발 빠르게 바뀌고 있어 퀄컴이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퀄컴은 지난 2분기 매출액 48억 9300만 달러, 영업이익 7억 82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49.2% 영업이익은 85.3% 급락했다. 회사 매출이 급감한 것은 이 기간 라이선스 매출이 82%, 칩셋 판매량이 16.7% 쪼그라들어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간 관계 악화로 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중국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AP 등 핵심 부품·소재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미국 기술로 제작한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을 까다롭게 했다.
이에 퀄컴은 최근 이대로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중국 시장을 뺏길 수 있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안 좋고, 화웨이가 자체 AP인 기린의 개발·생산을 중단하는 등 미국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어 퀄컴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퀄컴이 이처럼 조급증을 내는 것은 이동통신 시장이 5G로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타스에 따르면 글로벌 5G 이동통신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1억 6000만 달러에서 올해 8억 8000만 달러로 5배 이상 증가한다. 내년은 30억 7000만 달러, 2022년 54억 3000만 달러, 2023년 79억 6000만 달러로 급성장한다.
5G 단말기 등에 쓰이는 통신칩은 국가별 통신 체계와 단말기 특성상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퀄컴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시장의 리더십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퀄컴의 스티브 몰렌코프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 등 모든 고객사에 제품을 팔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며 “5G 모바일 시장에서 광범위한 라이선스 프로그램과 리더십 확보로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단말기 제조사들도 퀄컴의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AP 경쟁사들도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0의 유럽 모델에 엑시노스990을 적용키로 하는 등 자사 AP 도입 확대에 나섰다. 엑시노스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퀄컴 스냅드래곤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으나, 성능 격차가 적지 않았다.
엑시노스는 그간 퀄컴의 AP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협상 용도로 주로 쓰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ARM·AMD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술 기업과 손잡고 AP의 CPU와 GPU 성능 개선에 나섰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급성장하는 5G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구글 역시 모바일 기기 픽셀폰에서 스냅드래곤 비중을 줄이고, 자체 AP를 개발할 예정이다.
글로벌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이 이처럼 반기를 든 것은 2G부터 4G LTE 시대를 점령한 퀄컴의 횡포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퀄컴은 AP·통신모뎀 모바일 패키지를 스마트폰 가격의 30% 안팎에 팔았고, 매출의 5%가량을 라이선스 비용으로 받았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가격 및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퀄컴의 이런 영업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것이다. 5G 시장의 확대와 대 중국 수출 봉쇄, 글로벌 제조사들의 독자노선 등 상황이 맞물려 퀄컴의 패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구형 부품을 신형 칩셋모듈에 넣거나, 자사 기술을 끼워 파는 등의 행태가 항상 문제로 제기됐다”며 “스마트폰 개발 방식의 다양화 등으로 자사 기술에 최적화한 자체 AP 개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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