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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실세' 김기유 티시스 대표 사임 둘러싼 뒷말 무성 까닭

일감 몰아주기 고발로 대표직 유지 부담 컸을 듯…티시스 "정확한 사임 이유 확인해봐야"

2020.08.14(Fri) 15:57:48

[비즈한국] 태광그룹의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그룹 내 부당거래 혐의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과 함께 검찰에 고발될 만큼 실세로 분류되던 김 대표가 물러나자 재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티시스(tsis)는 지난 1일 김기유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김기유·최창성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최창선 대표 단독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다만 김 대표는 아직 사내이사 명단에는 이름이 남아 있다.

 

김기유 티시스 대표(사진)의 사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법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이호진 전 회장 일가의 100% 개인회사였던 티시스는 과거 태광그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계열사로 분류된다. 당시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수취했다는 혐의로 감독 당국과 시민단체로부터 함께 검찰 고발을 당할 정도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휘슬링락CC가 김치와 와인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열사에 판매했다고 보고 검찰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또 골프장 상품권을 계열사에 강매했다는 의혹으로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휘슬링락CC는 2013년 티시스 사업부로 합병됐다.

 

공정위가 티시스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던 2017년 12월 티시스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작업에 착수했다. 2018년 4월 분할이 완료된 뒤 투자회사 티알엔(trn)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티시스 지분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계열사로 지분이 넘어갔다. 

 

김기유 대표의 사임이 눈에 띄는 것은 그 역시 티시스의 부당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연루돼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호진 전 회장은 2012년 그룹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지만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통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 와인 강매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진행됐다고 봤다.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실행에 옮긴 인물이 당시 경영기획실 실장이던 김기유 대표. 공정위는 이 같은 이유로 이호진 전 회장과 함께 김 대표를 계열사 간 부당거래에 따른 사익 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사임은 법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김 대표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대로 그룹 차원에서 법적 대응작업이 마무리돼 김 대표를 밀어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검찰은 현재 태광그룹 부당거래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김기유 대표의 사임에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지 눈길이 쏠린다. 사진=비즈한국 DB

 

지배 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김 대표가 사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태광그룹은 2018년 12월 정도경영위원회를 출범해 그룹 내 잘못된 경영 관행을 바로잡고 있다. 따라서 그룹 내 부당거래 혐의를 받는 김 대표에게 티시스를 맡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수도 있다.

 

이번 티시스 임원 인사를 통해 GS그룹 출신의 하영봉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된 점도 눈길을 끈다. 하영봉 사외이사는 GS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하영봉 이사의 선임에 허승조 고문의 역할이 있지 않았느냐 해석도 뒤따른다. GS그룹 오너 일가인 허 고문은 이호진 전 회장의 큰 매형이다. 최근까지 티시스를 이끈 윤일중 전 대표​도 GS그룹 출신(GS리테일 자문)이다. 윤 대표는 지난 3월까지 티시스를 이끌다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태광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과 같은 사건으로 법률 리스크를 안고 있는 김기유 대표를 안 좋은 모양새로 해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회사 측에서 법적인 리스크가 충분히 완화됐다고 판단하고 사임 절차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티시스 관계자는 “김기유 대표가 사임할 때 회사 내에 공식적인 사유가 발표되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사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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