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14일 파업을 감행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대리수술’,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 실태가 잇달아 고발되면서 의사 인력 확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7월 23일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해마다 최대 400명씩 늘려 10년간 의사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에 정책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의협 측은 무분별한 의사 증원은 오히려 대도시와 지역의 의료 격차를 크게 늘릴 것이며, 과도한 경쟁으로 현 의료제도를 심각하게 왜곡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일부 현장에서는 이미 의사 부족으로 인해 불법 의료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 현장에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 보조 인력)’로 불리는 간호사들이 불법적으로 의사들의 업무를 대행하는 실태를 고발했다.
PA는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 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이다.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이 대신하는 것이다. 노조가 전국 29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A는 의사를 대신해 △대리 수술 △대리 처방 △진단서·수술동의서 등 서류 작성 △의사 부재 시 업무 대행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간호사들이) 인턴, 레지던트의 업무 대부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리 처방, 대리 시술, 처치 검사, 그리고 수술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은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의사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장 병원도 여전히 정부의 골머리를 썩게 한다. 사무장 병원이란 비의료인이 의사 면허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나 국가·지자체·의료법인 등이 아니라면 병·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문제는 사무장 병원이 치료 목적보다 병원과 환자의 금전적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설립돼 환자 안전이나 건강권을 크게 위협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6월 건강분야 사회보장정책 분석을 통해 “의사 공급은 부족한데 의사 면허는 기한이 없다. 고령 의사의 경우 의사면허 대여의 유혹이 있을 수 있어 보건의료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제보자 A 씨는 B 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요양 급여비를 부정하게 받았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를 했다. A 씨에 따르면 A 씨가 B 병원과 동업을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B 병원 사무장이 비의료인인 A 씨에게 병원 투자를 제안한 것. A 씨는 법인을 설립하고 B 병원에 총 8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투자했다. B 병원은 A 씨의 투자로 더 좋은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고성능 장비를 구입했다.
계약대로라면 B 병원은 투자의 대가로 A 씨에게 월매출에서 고정 비용을 뺀 일부 금액을 매월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B 병원은 고정 비용 증가로 A 씨에게 분배할 수익이 없다며 수개월간 이익 분배를 거절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결국 A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자신과 B 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공익 신고 했다.
A 씨는 “불법 계약이 의심돼 계약 전 이들에게 이를 알렸지만, 더 많은 이익을 챙기게 해주겠다며 나를 유혹했다. 유혹에 넘어간 건 내 잘못이지만 계약 이후 불법 동업 관계를 청산하자고 알렸을 때도 그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농락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공익 신고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조만간 검찰로 이첩될 예정이다.
이러한 사무장 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누수도 심각하다.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게 원칙.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 병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진료비는 2019년에만 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2018년보다 44.49% 증가한 수치다.
여러 폐해를 막고자 정부는 지속적으로 사무장 병원을 단속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9년 8월부터 11월까지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보험 급여 부정수급과 관련해 실시한 합동 조사에 따르면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되는 곳만 41개소로 확인됐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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