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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규모 금융사기사건 MBI·엠페이스 피해자연합회 발족 앞과 뒤

1조 원대 이상 대형 사기사건 피해자들 연대 강화 본격화…금융·수사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압박도 강화

2020.08.11(Tue) 10:09:45

[비즈한국] 무려 8만여 투자자들로부터 5조 원 규모의 피해를 낳은 MBI 금융사기사건 피해자들이 오는 14일 MBI 피해자연합회를 출범하고 같은 날 금융피해자연대에 가입한 후 본격적인 피해 회복 활동에 나선다. 

 

올해 4월 결성된 금융피해자연대는 피해 규모가 1조 원 이상인 금융사기사건 피해자들의 연대 단체다. 키코,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기사건 피해자들로 구성돼 있다.

 

금융피해자연대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자문변호사,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겸 금융피해자연대 회장, 정진모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장, 신승현 씨. 사진=독자 제공


천문학적인 피해규모에도 MBI 사건은 다른 세 사건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MBI 피해자 연합회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신승현 씨는 “전략적인 대응과 조직적인 행동을 위해 연합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피해자 700여 명 가량이 활동 중인 ‘NO MBI’ 네이버 밴드 운영자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업체인 MBI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플랫폼 사업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모두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플랫폼 사업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운영돼 왔으며 피해자 연령층은 50~60대 이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전하는 MBI의 영업 방식은 이러하다. 투자자들이 MBI의 한국 자회사 격인 소셜네트웨킹서비스(SNS)업체 ‘엠페이스(Mface)’에 광고비 명목으로 투자하면 MBI의 가상화폐 ‘GRC’를 받게 된다. 

 

엠페이스는 이후  ‘MFC클럽’으로 이름을 바꿨고 판매책들은 광고권을 구매한 투자자들에게 수익이 1년에 2배, 2년에 4배, 3년에 8배 늘어나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까지 주겠다고 기만하면서 사기 규모를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MBI 한국조직의 상위 사업자들이 불법 다단계 조직을 운영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MBI​ 한국조직 상위사업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손실이 없다’, ‘매달 연금 형태로 받게 된다’, ‘원금전액보장’ 등을 제시하며 투자를 권했다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국내에서 GRC를 거의 사용한 적이 없고, 실상 MBI 상위사업들과 판매책들이 말레이시아 MBI에 돈도 보내지 않고 중간에서 대부분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2017년 들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MBI의 모든 계좌가 동결됐고, 같은 해 6월에는 MBI 대표인 테디 토우가 태국으로 도주 했다가 붙잡혀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판매책들은 GRC 환전이 안 되는 것을 미끼로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현금을 더 넣으면 원금을 되찾을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회 발족을 주도하고 있는 신승현 씨는 “말레이시아 업체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인 사기 행각인데다가 국내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피해 규모 면으로 볼 때 혀를 내두를 어마어마한 사건”이라며 “현재 개별 MBI, 엠페이스 피해자모임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합회를 구성해 금융피해자연대와 공조에 나서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검찰과 수사당국은 MBI와 엠페이스 관련 범죄의 핵심에 있는 총책이자 지명수배자인 안 아무개 씨를 인터폴과 협조해 체포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경은 2015년과 2016년 MBI와 엠페이스 사건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현재까지 5명 미만의 상위 판매책들만 방문판매업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을 뿐이다. 이들은 현재 모두 출소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강원도 강릉에 엠페이스 지점을 내고 영업해 온 운영진 2명에게 사기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2년과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MBI 피해자들은 이 판결에 따라 향후 사기죄를 적용받는 판매책들이 늘어나고 이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회는 오는 8월 20일 이들에 대한 2심 선고가 이뤄지는 강릉지원을 찾아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MBI 피해자연합회 측과 매달 1회 이상 공동 집회를 열고 금융기관과 수사기관, 사법기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붕구 금융피해자연대 회장은 “금융 자본에 의한 약탈 사건이 이제는 서민의 삶까지 망가뜨리고 있는데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요원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며 “키코 싸움을 지속하면서 깨달은 점은 피해자들이 뭉쳐야 산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자문변호사는 “조희팔 사기사건은 상품 다단계 사건이다. 그 다음 상품과 네트워킹 플랫폼이 결합된 MBI 폰지사기가 불법 다단계 금융의 원조다”라며 “이후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 같은 금융 다단계 사건이 일어났고 이제는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처럼 사모펀드형 사기로 점점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MBI피해자연합회 출범식 겸 금융피해자연대 가입식은 오는 14일 서울 강남역 미왕빌딩 금융피해자연대 사무실에서 열린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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