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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어닝서프라이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남은 과제

흑자 뒤엔 임직원 급여 반납과 휴직…대한항공 정상화 및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다툼도 해결해야

2020.08.07(Fri) 18:17:33

[비즈한국] 전 세계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에 1485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의 ‘깜짝 흑자’ 비결은 화물기 운항에 집중한 데 있다.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노선 운휴로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운항하는 아이디어를 내 2020년 3월부터 실시했다. 여기에 연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을 작년 3조 1216억 원​ 대비 절반 이하인 1조 5425억 원​으로 줄이며 흑자로 이끌었다.

 

2020년 7월부터는 여객기 좌석까지 뜯어 화물기로 이용하며 화물 공급을 늘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이 올해 2분기 수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은 조 회장의 위기 대응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2019년 6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조원태 회장은 1976년생으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위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1974년생), 아래로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1983년생)가 있다. 조 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마리안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인하대학교 학사학위를 두고는 현재 교육부와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 2년제 힐버 칼리지 대학을 수료하고 1998년 고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이던 인하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특별감사 결과 당시 조원태 회장은 미국 대학에서 요구되는 학점과 평점 조건을 채우지 못해 수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하대 졸업 때에도 학사학위에 미달하는 학점을 이수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2018년 교육부는 인하대에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처분을 통보했다. ​이에 조원태 회장은 교육부 처분이 타당하지 않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올해 1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조 회장 쪽은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맞선 상황이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한 조 회장은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고 조양호 전 회장에게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 2007년 한진그룹 IT 계열사 유니컨버스의 대표, 2011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2013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4년 한진칼 대표이사, 2016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 4월 조양호 회장 사망 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룹 회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조원태 회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한항공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이른바 ‘남매의 난’이 벌어졌다.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 3자 연합 주주가 발언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사진=차형조 기자

 

선친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 한진그룹을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였다. 하지만 2019년 11월 한진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그의 측근은 모두 배제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언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며 조원태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후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남매의 난으로 인해 한진그룹은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공정위 발표에서 ‘동일인’이란 그룹의 실질적 총수를 뜻하는데, 한진 내 경영권 다툼으로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을 정상 운영하는 과제가 그에게 남았다. 

 

반짝 흑자 뒤에는 화물 수송 수익뿐 아니라 임직원 급여 반납과 유·무급 휴직을 통한 인건비 절감도 크게 한몫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의 대응책으로 대한항공은 직원을 대상으로 2020년 4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휴직 규모는 전체 인원의 70%를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운행이 중단된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인천공항에 대기해 있다. 유휴 여객기들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한 덕분에 대한항공은 2분기 깜짝 실적을 거뒀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7월에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본부를 폐쇄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만 해외 지역본부를 두기로 한 것. 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 사업부와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대한항공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4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대상은 총 3개로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 6642㎡) 및 건물(605㎡),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호텔 토지(5만 3670㎡) 및 건물(1만 2246㎡)이다.

 

그러나 가장 덩치가 큰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는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문화공원으로 용도를 지정하면서 예비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은 것.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책정한 토지 보상금 4670억 원이 적절한 시장가격이 아니라고 본다. 또 토지보상금을 2022년까지 지급하기로 해 당장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대한항공에는 달갑지 않다. 조 회장은 공원화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공원화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정상화와 함께 경영권 분쟁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 및 반도그룹과 주주연합을 만들어 조원태 회장과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3만 9950원이던 ​한진칼 주가는 8월 7일 8만 39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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