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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토부·서울시에 치이는 존재감 없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부동산 대책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 다녀…"그린벨트 해제" 발언으로 혼란만

2020.08.07(Fri) 11:05:42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들어 쏟아낸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단독으로 다주택 보유자 세부담을 올리고,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호하는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4년 뒤에 전세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대책 수립 과정에서 벌어진 혼란, 정책 효과 불신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여당과 조율을 거쳐 부동산 정책 혼선을 정리하고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면서 정책에 대한 시장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를 책임진 부총리답게 존재감을 보여야 할 시기에 정치권에 끌려만 다니거나 혼선을 부추기는 탓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합동 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는 정치권이나 정치인 장관들이 ‘수도 이전’, ‘부동산과 금융 분리’와 같이 ‘아니면 말고’식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으로 혼란을 더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14일 MBC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가라앉지 않자 새로운 정책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 차원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하지 않았고, 서울시와도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집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그린벨트를 당장 활용하겠다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고 밝혔다. 경제사령탑인 부총리의 발언을 국토부 차관이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또 기재부가 국토부와 함께 낸 보도자료에서 “그린벨트 해제 등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해 홍 부총리는 더욱 체면을 구겼다. 홍 부총리가 일으킨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이후 정치권으로 확대됐고, 대통령이 나선 뒤에야 정리됐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홍 부총리는 민주당이 ‘부동산 3법’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끌려만 다녔다. 홍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는 재정과 세수를 책임지기 때문에 매년 ‘세법개편안’을 마련해 여당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올해는 여당이 부동산 관련 세법을 주도하면서 기재부가 세법 개정 과정에서 여당을 따라다니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재부가 마련한 세법개편안이 부동산 관련 세율 대폭 인상을 바라는 여당에 불만을 표시한 탓이다. 홍 부총리는 여당을 설득하지 못했고 이후 세법개편안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시하고 홍 부총리는 끌려 다니는 흐름으로 흘러갔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고용진 의원 대표발의로 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등 부동산 3법을 국회에 제출해 처리하는 등 세법 개정을 주도했다.

 

홍 부총리는 4일에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을 통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담은 ‘8·4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역량에 의문을 자초했다. 홍 부총리가 발표한 ‘8·4부동산 대책’은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하되 민간 건설사가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주도하고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재건축은 재건축 조합이 찬성해야 실시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시행이 불가능하다.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에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빽빽이 들어차는 상황을 반길 리 만무하다. 또 아파트 브랜드가 중시되는 현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가 아닌 공기업에 재건축 사업을 맡길 경우 주택 가격이 낮게 평가될 우려마저 있다.

 

실제 서울시 재건축조합 중에 홍 부총리가 발표한 공공재건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마저도 홍 부총리의 8·4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공공재건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공공재건축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공공기관이 참여해 주도적으로 재건축을 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다”며 민간 기업 참여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이후 정책 혼선 논란이 커지자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민간재건축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홍 부총리가 발표한 공공재건축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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