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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배달앱 출범 5개월 '배달의 명수'는 성공모델일까

4월 이후 이용자 '뚝'…경기·서울 광진·경북·춘천도 곧 출시, 소비자 선택 받는 게 관건

2020.08.07(Fri) 09:26:38

[비즈한국] 지난 4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군산시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가 주목을 받았다. 공공기관이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수료 0%’ 혜택이 독과점 논란의 대안으로 꼽힌 것이다. 당시 전국에서 갑자기 몰린 이용자로 앱이 일시적 오류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4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반대급부로 군산시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가 주목을 받았다. 사진=군산시청 홈페이지

 

이후 전국 지자체에서는 배달의 명수를 성공사례로 꼽으며 벤치마킹에 나섰다. 당장 경기도가 오는 9월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달의 명수가 운영된 지 근 5개월, 기대만큼 잘 운영되고 있을까? 군산시 발표와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 등을 통해 살펴봤다.

 

#군산시 “시장에 안착”…하지만 통계 살펴보니 

 

‘배달의 명수’는 3월 13일 군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시한 공공배달앱으로, 앱 개발 업체인 아람솔루션이 1억 3000만 원의 예산을 받아 개발했다. 앱 유지·보수, 고객센터 업무 등 운영도 맡고 있으며 이 예산으로는 1억 5000만 원이 책정됐다.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가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했다고 본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 명수는 8월 5일 기준 주문건수 14만 건, 주문금액 33억 원을 달성했다. 배달의 명수가 지역 내 전체 배달 앱 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군산시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점유율 30%는 추정치다. 배달대행사, 입점업체 등에 물어본 결과 음식배달 시장의 30% 수준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민간 앱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앱은 아니다.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지역 상품권을 활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상품권 사용 비율은 전체 주문건수의 52%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월별 사용자 수. 전국적 주목을 받은 4월과 비교해 5월에는 절반 정도 줄었다. 사진=모바일인덱스 홈페이지

 

하지만 모바일분석서비스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살펴본 앱 사용 통계는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배달의 명수가 전국적 주목을 받은 4월, 안드로이드 기준 앱 사용자 수(MAU,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는 6만 8000여 명을 기록했다. 전달인 3월, 1만 4000여 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5월에는 3만 5000여 명으로 절반가량 줄었으며 6월에는 2만 7000여 명, 7월 2만 8000여 명을 기록하며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총 사용시간도 지난 4개월간 계속해서 줄었다. 4월 총 사용시간 1만 4000여 시간을 기록한 뒤 5월 1만 2000여 시간, 6월 8000여 시간, 7월 8200여 시간에 그쳤다. 

 

군산시가 발표한 가입 회원 10만 7000여 명(군산시 전체 가구는 11만 8000가구)이라는 숫자에도 허점이 존재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배달의 명수가 전국적 주목을 받으며 군산시민 외 외부인이 가입한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앱 스토어 내 배달의 명수 리뷰를 살펴보면 군산 외 지역에서 가입한 회원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8월 3일 안드로이드 기준 현재 총 설치기기 수가 6만 1000여 명에 그친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군산 내에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군산시에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A 씨는 “배달의 명수와 배달의민족 둘 다 사용하고 있다. 배달의 명수도 초창기에 비해선 주문량이 많이 늘었다. 배달의민족은 자체 쿠폰이나 브랜드 지침으로 내려오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배달의 명수를 통해 주문하는 고객을 위한 리뷰 서비스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 명수로 주문하는 고객이 타 앱을 통해 주문하는 고객보다 혜택이 적다는 생각에 마련한 강구책이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결국은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선택지가 많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 앱을 사용할 필요성을 점점 못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동안의 경향을 보면 배달앱 특성상 소비자는 여러 앱을 동시에 쓴다. 현재로선 소비자에 맞춰 자영업자나 배달 라이더들이 공공과 민간 앱에 동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소비자의 눈이 높고 공공은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된 상황이라 유리하진 않을 것​이다. 성공 여부는 꾸준한 업데이트와 신속한 피드백 반영에서 결정된다. 실제 사용자 수와 사용시간 등 유의미한 통계를 놓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모델로 보기엔 시기상조…소비자 선택이 결정

 

현재 공공배달앱을 준비 중인 지자체는 서울 광진구, 경기도, 경북, 춘천시 등이 있다. 특히 경기도 공공배달앱은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춘 NHN페이코와 손을 잡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 광진구는 광진나루미라는 이름으로 앱을 개발 중이며 경북, 춘천시 등은 예산을 배정하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이 직접 앱을 개발해 제대로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앱 322개 가운데 34%인 111개가 개선 권고를, 29%인 95개가 폐기 권고를 받았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아직 배달의 명수를 성공 모델로 판단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 실장은 “독과점 논란의 대안이 공공배달앱에만 있진 않다. 규제와 제도를 통해서도 풀 수 있는 문제다. 몇천억 원 투자를 받아서 시장에 진출해 있는 앱과 그때그때 세금을 통해 유지하는 앱의 경쟁력 차이가 얼마나 크겠나. 군산이 서울·경기 지역에 비해 큰 시장이 아니므로 공공 앱이 전국에서 시행됐을 때의 결과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수수료 측면에서 지역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 또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이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도 “배달 앱 안에서 이뤄지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봤을 때 애초에 공공이 할 수 있는 성격의 서비스가 아니다. 돌봄, 집수리 등 공공이 매개체로 서비스했을 때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건 따로 있다. 음식배달앱의 경우 실시간 소통과 관리가 필수인데, 공공 조직이 하기엔 효율 대비 너무 많은 세금이 투입된다. 목숨 걸고 뛰어든 민간 앱들도 우후죽순 사라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검증과 토론 없이 전국 지자체가 뛰어든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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