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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의사 파업 예고' 진료 공백 얼마나 될까

의대 정원 확대 둘러싸고 정부-의료계 갈등…'정책 전면 재검토' 요구에 찬반양론 격화

2020.08.04(Tue) 16:39:59

[비즈한국]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과 개원의들이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과 14일에 각각 파업을 예고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진료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병원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과 개원의들이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병원 응급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전공의 7일 파업 시작으로 의사들도 14일 집단휴진 예고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전공의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전국 모든 병원이 7일 파업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전공의들이 휴가계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당초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분만실·​투석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위한 인력은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해당 과 전공의들도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병원 한 곳을 제외하고 전공의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모든 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의결됐다.

 

의협은 오는 12일까지 정부의 개선조치가 없으면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집단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면허가 있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의협 회원이다. 단체가 파업에 대한 강제성을 지닌다거나 지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안을 두고 여러 봉직 형태의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서 많이 동참할 거라 본다”고 밝혔다.

 

의료 공백을 당장 눈앞에 둔 병원들도 분주해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라 조사가 끝나야 파업 참여율이 나올 것 같다”며 “중환자실 전담 의사, 입원전담 전문의, 주니어 스태프(임상강사)들이 전공의 빈자리를 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교원이나 전문의가 대체 근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는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는 필수 인력만이라도 파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상황. 이에 대해 김형철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세브란스병원 전공의)은 “필수 의료가 마비될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까지 파업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에게 “단체행동 전에 필요한 정규 처방 및 의무기록을 미리 인계하여 대체 인력이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전공의들과 의협의 파업을 두고 의료 대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필수 인력만이라도 파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전공의가 휴가 사용 시 수련병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진료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병원이 허가해야 한다”며 “병원마다 사정이 달라 일률적으로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했다.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 철저 및 복무 현황 자료 제출 요청’ 공문과 함께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을 4일 발송했다. 수련규칙 표준에 따르면 수련교육부서의 장은 전공의의 연차 휴가가 해당 요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휴가 신청을 반려할 수 있다.

 

응급상황 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도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의사들이 파업하면 일손이 부족해져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외래진료에도 공백이 생길 것”이라면서도 “일반 병동 대부분 업무를 지금도 PA(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인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 PA들이 워낙 많이 양성돼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PA 제도가 없지만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서는 경영상의 이유로 공공연히 의사의 업무를 PA들이 대신하고 있다.

 

#‘협의 통한 전면 재검토’ 원한다는 의료계

 

문제는 파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관건은 ‘협의를 통한 정책 전면 재검토’다. 김형철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의료계와 논의하겠다고 얘기하면 당장 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며 “그간 정부와 논의가 전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부는 늘 정치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 이해해달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의협의 요구도 대전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계획 등 정부 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 또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를 구성해 3년간 운영하며 전공과목별·지역별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하고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추계를 통해 의료 인력의 수급을 예상해야 하는데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기존 연구가 있지만 변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10~20년 이후 어떤 과목 의사가, 어떤 지역 의사가 부족할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단시간 내에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예측해보자는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줄이기로 했는데 2015년경부터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파업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전협과 의협은 ‘협의를 통한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국민 건강권 침해라는 카드가 나온 만큼 정부도 의료계의 요구인 협상 테이블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게 됐다. 윤태호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공개 논의를 할지에 대해 “지역의사제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인데, 법률 제정을 위해서는 국회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하게 돼 있다”며 “각종 토론회,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며 의료계와 논의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협 측은 “아직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지난 23일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최대 400명 증원해 10년간 한시적으로 3458명을 유지해 의료인력 총 4000명을 추가로 확충하는 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지역 의사 300명, 역학조사관·중증외상 등 특수 전문분야 300명, 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인재 50명을 양성하고,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방안은 8월 초 복지부와 교육부를 거쳐 확정된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지역 불균형이나 특정 과목 기피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 내다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개원하지 않고 페이닥터(월급 받는 의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도권보다 지방 병원이 돈을 두 배로 주지만 의사들이 안 간다. 의사 수 증원이 해답이 아니다. 지역 병원의 시설과 인프라를 좋게 할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공의는 “의대 정원을 늘렸다면 그만큼 가르치는 의사도 두 배가 돼야 교육 질이 담보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없다. 결국 부실 의사가 양성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은 3명이지만 경북은 1.4명이다.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지난 2006년 이후 그대로다.​ 앞서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의사 수가 적은 병원에서는 의사들의 업무를 간호사들이 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공공의대 역시 의사들이 필수 의료나 지역 공공 분야에 먼저 배치되므로 공공 부문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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