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자연은 아직까지도 풀어내지 못하는 숙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물음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을 구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궁 속에 놓여 있는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은 여전하다. 이런 숙제가 있기에 세상은 살아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며, 해결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역사인 셈이다.
해답의 괄호 속에 들어온 역사는 과학으로 불리며 일정한 값을 가지게 되는데, 그게 가치다. 괄호 바깥에 있는 세계로 다가서는 코드가 상상력이다. 아직은 인류의 유용한 자산이 되지는 못했지만 상상력을 동원하면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여기서 피어나는 게 예술이다. 상상력은 예술을 기름지게 만들어내는 거름인 셈이다.
이를 자양분 삼아 피어난 대표적인 예술이 상징주의다. 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자연 현상을 그냥 넘기기에 미심쩍었던 예술가들이 찾아낸 돌파구였다.
상징의 이름으로 자연에 접근하면 단순한 사물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긴다. 특히 식물은 상징의 넓이와 깊이를 부여하기 좋은 대상이었다. 예술가들에게. 그래서 식물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빗대어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한 재료다.
식물은 회화에서 인물의 배경으로, 풍경의 소도구로 오래전부터 차용됐다. 17세기 서양미술에서는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회화가 나타났는데, 그게 정물화다. 동양에서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회화의 주요 주제로 다루어져 ‘화훼’라고 대접받았다. 식물은 현대미술에서도 여전히 작가들에게 사랑받는다.
윤선홍도 식물의 상징성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찾아가는 작가다. 그의 회화는 온통 식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식물원을 모델 삼아 그려낸 듯하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 그리고 화분으로 구성된 그림이다. 그리고 매우 꼼꼼하게 묘사해서 잘 그려진 정물화처럼도 보인다. 그런 탓인지 ‘식물원 작가’로 불린다.
그러나 그가 그림에 담아낸 식물은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재료일 뿐, 생각의 주인공은 아니다.
윤선홍이 그린 식물은 모두 성격이 다른 화분에 담겨 있고 화분은 창을 배경으로 한 선반이나 진열대 같은 구조물 혹은 맨바닥에 놓여 있다. 모두가 개별적 세계를 갖고 있으며 그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재구성돼 있다. 마치 작가가 꾸며낸 식물원 같은 장소로 보인다.
작가는 각각의 화분은 사연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 의미를 지닌 특별한 화분인 셈이다. 각자의 스토리를 품고 화분이라는 자신의 세계를 가진 식물은 작가와 연결되는 인물을 상징한다. 그들이 엮어내는 세상이 식물원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이 윤선홍이 식물로 표현한 회화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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