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달대행 시장에 다시 전운이 감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2위 요기요의 대주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교통정리는 끝난 듯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너도나도 배달대행 시장에 뛰어들면서 다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IT 플랫폼 비즈니스는 승자독식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때까지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클릭이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 기준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쿠팡이츠가 55만 MAU로 대폭 상승해 업계 3위로 치솟았다. 위메이크프라이스가 운영하는 위메프오가 38만 MAU로 4위를 기록했다. 꾸준히 3위를 유지하던 배달통은 26만 MAU로 쪼그라들었다.
배달통은 배민과 요기요의 갈등 속에도 충성 고객층을 유지하며 올 1월 51만 MAU를 기록했다. 당시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합한 40만 MAU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자 위상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쿠팡이츠는 쿠팡이 사업 확장을 위해 내놓은 서비스로, 최근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리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배달대행 서비스의 생명은 신속성이다. 통계적으로 음식 배달에 30분 이상 걸리면 사용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배달대행 기업들은 라이더들을 많이 확보해야 하며, 이들을 자기 플랫폼에 잡아두기 위해 높은 배달수수료를 지급한다.
그런데 쿠팡이츠가 등장하면서 이런 시장의 규칙에 다소 변화가 나타났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를 아예 ‘독점’하려는 모습이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라이더에게 배달 건마다 5000원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 예컨대 3만 원짜리 치킨을 주문하면 이 중 5000원을 라이더에게 수수료로 지급한다. 이와 동시에 정책적으로 라이더가 콜을 여러 개 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높은 수수료를 받으려면 쿠팡이츠로 주문된 배달만 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등 기존 배달대행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을 꺾겠다는 쿠팡이츠의 의지가 보인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비전펀드 배경의 막강한 자본력을 믿고 치킨게임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이커머스에서도 위메프·티켓몬스터 등 경쟁사와 이른바 ‘쿠폰 전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시장 장악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결과 쿠팡은 자체 물류망을 갖춘 명실상부 국내 최태 이커머스 업체로 발전했다. 쿠팡은 이 과정에서 식자재 등을 정기적으로 납품받는 식당들에 신용카드 결제 기기 등을 납품했고, 이를 지렛대 삼아 배달대행 서비스로 보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배달앱은 네트워크 효과에 기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달리 사용자의 충성도가 낮고 프로모션에 따라 사용자가 언제든 플랫폼을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들로선 진입장벽이 낮고 시장 장악이 쉬운 업종인 셈이다. 특히 배민이 지난해 56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배달대행은 시장성이 입증된 비즈니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이커머스, SNS 선물하기 등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 IT 공룡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일부 외식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자체 검색 결과에서 배달대행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최근 내놨다. 이 서비스는 네이버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큰 할인을 제공한다. 네이버 서비스 이용 중에 검색하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다. 네이버는 이런 서비스를 아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지만,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카카오톡도 사용자가 배달대행 서비스와 직접 채팅을 나누며 배달 요청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이 일종의 슈퍼 앱으로서 카카오톡에 입점한 업체와 사용자 간에 배달 업무를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이미 위챗 등 중국 채팅 앱에선 보편화된 서비스다. 카카오는 앞으로 인공지능(AI)를 이용한 주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핵심 커뮤니티 플랫폼을 쥔 사업자가 배달대행 같은 버티컬 서비스에 직접 참여할 경우 파괴력이 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배달대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쿠팡이나 위메프보다 네이버·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걸림돌이 있지만, 자기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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