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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해성 논란에 세금인상 이중고" 이병준 전자담배산업협회장

정부 사용중단 권고 후 판매량 급감 "세금 올리려면 권고 철회…명확한 유해성 기준 마련해야" 주장

2020.07.31(Fri) 15:23:24

[비즈한국]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지난 22일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매기는 세금을 내년부터 두 배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데다, 정부의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다. 2019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일부에서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성분이 검출됐다면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조·수입·유통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

 

업계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 이후 판매량은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980만 포드(갑​)이던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4분기 100만 포드로 감소했고, 올 1분기는 90만 포드로 더 줄었다. 전자담배 액상과 기기를 판매하는 전문 판매점은 고객이 줄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속앓이 중인 전자담배 업계의 요구는 뭘까.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장을 만났다.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한 ​이병준 회장은 ​2014년 즈음 전자담배 업계에 발을 들였다. 해외를 다니다보니 전자담배가 사업 아이템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제품 수입·제조·유통 등 전자담배 업계에서 다방면으로 경험했다. 2019년 10월 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터지며 이슈를 대응해왔다. 

 

속앓이 중인 전자담배 업계의 요구는 뭘까.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병준 전자담배산업협회장을 만났다. 사진=박정훈 기자

 

#인체 유해성 결과 발표 미뤄지면서 소매점 울상

 

“소매점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전국에 전자담배 소매점이 2200개 정도 있다. 거의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매출이 0원인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한다. 보통 새해가 되면 궐련을 피우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자담배 판매점 상황이 약간 나아지는데, 전자담배 증세가 확정되고 정부에서 곧 유해성 결과 발표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또 휘청거리고 있다.”

 

이병준 회장은 전자담배 판매점주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점주들이 울분을 터뜨리며 집회를 하자는 대화가 보였다. 전자담배 소매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이 회장은 업계의 한탄이 과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저는 비흡연자로서 국내에도 전자담배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소매점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이 작아지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자담배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결과를 빨리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전자담배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만 심어줘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 “폐 손상 유발 의심물질인 비타민E아세테이트 등의 폐 손상 유발 여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 결과를 전문가들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병준 회장은 식약처의 액상형 전자담배 인체 유해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험 방식으로 인해 협회와 정부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액상형 전자담배 ‘쥴’. 사진=이종현 기자


그러나 결과가 나오더라도 협회와 정부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협회에서 정부의 실험 분석 방법에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연구를 맡았다고 알려진 연구진이 최근 250℃ 이상 전자담배 온도가 올라가면 유해물질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이 회장은 “250℃​에서 가열하는 전자담배는 없다. (이 연구 결과는) 새카맣게 타서 재만 남은 물질에 유해성분이 많다고 하는 말과 똑같다”며 “실험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정부에서도 인지해서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겠나”고 주장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2배 인상 근거에 오류 있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연초 담배(궐련)는 유해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죄악세를 매긴다. 그런데 전자담배는 연초 담배보다 무해하게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연초만큼 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연초 담배만큼 죄악세를 내게 하려고 한다. 이렇게 세금을 매기려면 유해성 논란을 접고 사용 중단 권고를 철회해야 하지 않겠나.”

 

‘죄악세’는 술, 담배, 도박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재화와 용역에 매기는 성격의 세금을 뜻한다.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에 매기는 개별소비세는 니코틴 용액 1ml당 370원에서 740원으로 오른다. 일반 담배 1갑과 액상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용액 0.8ml의 흡연 효과가 같다고 본 결과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율이 연초 담배의 43.2%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가 담배 종류 간 과세형평 제고를 위해 내놓은 대안이다.​

 

이병준 회장은 명확한 유해성 기준과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2월 내놓은 담배 세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오류가 있다고 반박한다. 이 회장은 “정부의 증세안은 쥴의 전자담배 0.7ml가 들어있는 팟은 200회 흡입할 수 있고 이게 담배 한 갑을 피울 때와 비슷하다는 데서 출발했다”며 “그런데 쥴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사라졌다. 액상형 전자담배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제품에 따라 흡입량도 다르다. 획일화해 판단했다는 지적을 계속했는데도 이걸 토대로 세법을 개정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병준 회장은 명확한 유해성 기준과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7년 전에도 국내 전자담배 관리체계가 부실해 충격을 받았었다. 전자담배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제가 업계에 들어오고 또 협회장을 맡게 된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지금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여야 안전한지 그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영국의 전자담배 유해성 기준 ‘TPD(Tobacco Products Directive)’를 참고하자는 이유다. 업계와 정부가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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