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 세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세부담을 높이는 부동산 3법을 미래통합당 불참 속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정책과 법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여당의 정책 발표와 법안 통과 시 부동산 가격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막히면서 주택 공급이 줄고 있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6월 전국 주택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0.4% 상승했다. 이 가운데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0.5%로 전국 상승률을 웃돌았다. 올해 들어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이 매월 0.3% 수준인데 반해 정도인데 비해,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은 0.5~0.9%를 기록 중이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인천 대부분 지역을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음에도 수도권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2013~2016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2017년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선 뒤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7년 수도권 인구 순유입은 1만 6000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6만 명으로 급증했고, 2019년에는 8만 3000명까지 늘어났다. 올해도 이러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6월까지 수도권 인구 순유입은 6만 9000명에 달한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5만 1000명)보다 인구 순유입 규모가 35.5% 급등한 것이다.
반면 수도권 지역의 주택공급은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폭이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5년 40만 9000호를 정점으로 2016년 34만 1000호로 줄어든 데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32만 1000호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28만 호를 기록하며 30만 호 아래로 떨어지더니 2019년에는 27만 2000호까지 하락했다. 올해 5월까지 수도권 주택 인허가 건수는 8만 5000호로 1년 전 같은 기간(11만 3000호)에 비해 25.2% 감소했다.
실질적인 주택 공급은 인허가 후 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수도권 주택 공급 하락 흐름은 지속될 예정이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준공은 2018년에 34만 1000호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26만 5000호로 떨어졌다. 인허가 최고치였던 2015년부터 정확히 3년 후 준공 건수가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하는 셈이다.
올해 5월까지 수도권 주택 준공 건수도 9만 7000호로 1년 전 같은 기간(11만 5000호)보다 15.7% 줄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부동산 가격을 투기 세력 탓으로 몰고 있지만 실제 시장은 부동산 실수요자마저 집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공급이 적은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재정 지원을 늘리면서 시중에 자금이 쏟아진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5월말 현재 3053조 9000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35조 4000억 원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6년 이래 최대 증가액이다.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면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5월 2.52%로 1개월 전(2.58%)보다 하락했다.
이러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부·여당의 각종 정책과 법안 발표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112)보다 13포인트 증가한 125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주택 가격을 가늠하는 지수로 기준치인 100보다 높을수록 집값이 오른다고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23회나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 규제 강화로 부동산 공급 자체가 줄어든 탓에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투기 세력을 막는 법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수도권 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에도 함께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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