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인 올해 3월 스페인어로 된 앨범 ‘YHLQMDLG’가 빌보드 앨범 차트 2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스페인어 앨범으로는 최초였습니다. 심지어 가수는 휴 헤프너에 이어 남자로는 두 번째로 플레이보이 잡지 커버 모델이 됐지요. 미국 대표 록페스티벌 ‘코첼라’부터 슈퍼볼 하프타임쇼까지. 음악계 주요 이벤트도 모두 정복했습니다. 래퍼이자 레게톤 아티스트, 배드 버니(Bad Bunny)의 커리어입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배드 버니는 1994년 푸에르트리코의 작은 마을, 베가 바자(Vega Baja)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트럭 운전수였고, 어머니는 은퇴한 교사였지요. 베가 바자도 평범한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배경에서 태어난 셈입니다.
그는 다양한 음악을 들었습니다. 대디 양키(Daddy Yankee), 헥토르 라보에(Héctor Lavoe), 제이 발빈(J Balvin) 등이 부른 라틴음악뿐 아니라 팝 발라드, 록, 심지어 웨스트 코스트 힙합까지 말이죠. 그에게는 ‘음악 시즌’이 있었습니다. 이번 계절에는 힙합만 듣고, 다음 계절에는 팝펑크만 듣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그는 다양한 음악 취향을 키워갔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자리 잡은 분야는 힙합이었습니다. 그는 힙합의 언어유희와 에너지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또 마트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곡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곡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지요.
그는 2016년부터 빠르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업물에 주목한 디제이 루이안(DJ Luian)이 레코드를 제안했고, 이후 그는 수많은 가수들과 협업하며 히트곡을 찍어냈습니다. 2017년에만 15개의 곡을 빌보드 ‘핫 라틴 송’ 차트에 올렸습니다. 2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라틴 음악가가 된 셈입니다.
배드버니의 ‘미아(Mia)’.
2018년 그는 굵직한 곡 세 개를 발표해 팝 음악계마저 정복합니다.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레게톤 가수 제이 발빈, 래퍼 카디 비(Cardi B)와 함께 발표한 곡 ‘아이 라이크 잇(I like it)’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합니다. 래퍼 드레이크(Drake)와 함께한 곡 ‘미아(Mia)’는 빌보드 5위를 차지하지요. 연말에는 제니퍼 로페즈와 ‘테 구스테(Te Guste)’라는 곡을 발표합니다. 단숨에 그는 라틴 음악 황태자가 됐습니다.
그는 디제이 루이안의 음반사를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배드 버니에게 음반을 제작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는 ‘앨범 단위’의 깊이 있는 작품군에 목말랐습니다. 이후 그는 자유롭게 앨범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배드 버니의 음악은 일단 독특합니다. 레게톤과 힙합이 기본이지만, 여기에 록부터 발라드, 트랩까지 다양한 요소가 독특하게 섞였지요. 알아듣기 힘든 발음과 독특한 느낌의 스페인어 랩이 여기에 더해집니다.
패션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프로레슬링에 빠졌는데요. 긴 머리, 화장한 얼굴, 원색의 화사한 옷을 입었음에도 남자다웠다는 점이 그에게 뭔가 묘한 영향을 줬습니다. 이를 참고해 현재 배드 버니는 화려한 원색의 남다른 패션을 보여줍니다.
배드 버니의 ‘아필란도 쿠칠로스(Afilando cuchillos)’.
그에게는 또한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2019년 7월 19일 배드 버니는 리카르도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 주지사 퇴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리카르도 주지사는 3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자연재해 허리케인 ‘마리아’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시 사망자는 물론 여성 야당 인사, 동성애자인 가수 리키 마틴 등을 비난하고 조롱했습니다. 배드 버니는 주지사를 비판하는 곡 ‘아필란도 쿠칠로스(Afilando cuchillos)’를 발표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요 페레로 솔라(Yo Perreo Sola)’ 등 성추행을 비판하고 여성주의에 가담하는 곡을 꾸준히 발표했습니다. 이 곡에서 그는 여성의 입장에서 곡을 쓰려고 노력했다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녀가 너와 춤추고 싶지 않으면, 그녀를 존중해. 혼자 춤추게 둬”라는 가사로 말이죠.
지금도 그는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 ‘엔 카시타(En Casita)’를 사운드 클라우드에 발표했습니다. 또 지금껏 작업했지만, 발표하지 않았던 곡을 모은 앨범 ‘라스 퀘 노 이반 아 살리(Las que no iban a salir)’를 기습적으로 발표하기도 했지요.
배드 버니의 ‘요 페레오 솔라(Yo Perreo Sola)’.
배드 버니는 ‘요즘 사회’를 보여줍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기본적으로 흥겨운 파티 음악입니다. 미국 사회를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는 히스패닉을 대표할 만한 음악이지요. 심지어 그는 미국인 출신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영어로 곡을 쓰고 있지도 않습니다. 여성스러운 표현이나 패션도 과감하게 사용합니다.
얼핏 보면 그는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트렌디한 곡으로 반짝 등장한 스타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작곡과 작사에 참여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등 활발하고 능동적으로 뮤지션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상징성이 있기에,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2019년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부터 2020년 슈퍼볼까지, 수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걸 겁니다. 현재 가장 뜨거운 레게톤 음악의 황제, 배드 버니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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