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의 ‘통합 포인트 제도’ 도입 소식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통합 포인트 제도 도입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빌리티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로는 통합 포인트 제도 출시로 계열사 사업 중첩, 적자 지속 우려 등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통합 포인트 제도는 모회사인 카카오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카카오가 지난 4일 특허청에 ‘카카오T 포인트(Kakao T point)’라는 상표를 출원한 것.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상표 출원은 통합 포인트 제도 도입의 첫 단추”라며 제도 도입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5일 후인 9일 카카오모빌리티는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1주당 액면가는 100원이며 배정일인 20일 신주 2875만 1160주가 무상증자로 발행됐다. 이로써 카카오모빌리티는 자본잉여금 약 29억 원을 자본금으로 전입해 약 53억 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무상증자 결정도 전자결제사업(PG, Payment Gateway) 등록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통합 포인트 제도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업무에 해당해 금융위원회에 사업 신고를 해야 한다. 자본금 50억 원도 사업등록에 필수조건이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제 막 첫 삽을 떴을 뿐이다.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를 향한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서비스뿐만 아니라 주차·자전거·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에 걸쳐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러한 까닭에 전문가 대부분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T 포인트로 기존 고객 2500만 명을 묶어 ‘플랫폼 록인 효과(Lock-in, 특정 제품·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면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PG 사업을 시작하면 모회사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사업 목적이 중첩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과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 전자금융업(선불전자금융업)이 등록돼 있다. 카드나 현금 대신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하는 행위가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에 해당한다. ‘카카오페이 머니’로 알려진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에 해당한다. 카카오페이에 미리 돈을 충전한 후 가맹점에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카오 T 포인트 사업을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과 선불전자금융업을 등록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과 선불전자금융업은 겹치는 업무가 있다. 기업들이 둘 중 하나의 사업만 운영하더라도 두 사업 모두 등록하는 이유”라며 “모회사의 계열사라고 해서 꼭 계열사의 서비스를 쓸 필요는 없다. 물론 카카오페이와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플랫폼 성장을 고려한다면 자체적으로 PG 사업을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선불로 들어온 자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재무 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우리는 선불전자금융업만 할 생각이다. 카카오페이의 주 사업 목적인 전자지급결제대행업과 전혀 다른 사업”이라며 “타 기업 선례를 보니 선불전자금융업만 운영하더라도 전자지급결제대행업까지 같이 등록하더라. 전자지급결제대행업도 등록을 요청한 것은 기존 기업들의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 상황도 고려 대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106억 원, 2018년 211억 원, 2019년 221억 원으로 꾸준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포인트 제도 중 적립 서비스는 사업자 입장에서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다. 결제 금액의 3%를 적립해준다고 가정했을 때, 1만 원당 적립 금액은 300원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회원은 2500만 명이다. 이들 모두가 1만 원을 결제했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적립금으로 75억 원을 써야 한다. 이것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단순 계산일뿐이지만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통합 포인트 제도 도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도입 시기를 두고 업계 추측이 분분했을 뿐이다. 실적을 고려한다면 도입 시기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가능성과 동종업계 타 기업의 추격을 생각했을 때는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이 적립·충전·선물 등 다양한 용도로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B2C(기업·소비자 거래)뿐만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도 고려 중이다. 모두가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직 없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다. 열심히 고민하는 단계다. 사업 방향이 마련되는 대로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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