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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립인가 5년차에 입주 끝낸 지역주택조합 23% 불과

2015~2016년 설립된 조합 156곳 중 실제 입주 36곳…사업 무산된 조합 소송 줄이어

2020.07.24(Fri) 21:29:39

[비즈한국] 2015~2016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설립을 인가받은 지역주택조합 중 조합원들이 실제 입주까지 마친 비율이 2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조합 운영 과정이 불투명해 조합의 운영 주체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까닭에 사업이 늦춰지거나 무산된 사례가 적잖다. 정부와 국회는 2016년과 올해 뒤늦게 두 차례 법을 개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 무산에 따른 소송전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숲벨라듀2차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 2015년부터 조합원을 모집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착공조차 못 했다. 사진=박찬웅 기자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1997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탄생한 민간사업이다. 주택이나 토지 소유자만이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조합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특정 지역에 주택 건설 계획을 세운 후 광고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해 충당된 자금으로 주택건설 예정지의 대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사업 절차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조합은 먼저 주택건설 대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설립 인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건설 대지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의 사용권을 확보해야 하는 등 절차를 거친다. 건설 부지의 95% 이상이 조합 소유가 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의 ‘사업 계획’을 승인한다. ‘착공 및 일반 분양’은 나머지 5% 토지까지 확보돼야 시작되며, 건물 완공 후 사용 검사까지 마치면 조합원들이 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2015~2016년에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의 사업 현황. 2017~2018년에 설립된 조합이 주택 건설을 완료해 입주를 한 경우도 있지만, 착공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 이보다 앞선 두 해만을 집계대상에 포함했다. 자료=각 지방자치단체 자료 취합


비즈한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최근 5년간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해 자료를 입수했다. 그 중 2015년과 2016년에 설립을 인가받은 조합의 사업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설립 인가 조합 156곳 중 사업 계획 승인이 난 조합은 124곳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입주까지 마친 조합은 36곳에 불과했다. 출발선을 떠난 조합 중 불과 23%만이 5년 안에 결승선에 골인한 셈이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조합 운영 주체의 목적이 ‘순수한 내 집 마련’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업무대행사나 조합장 등 운영 주체가 사업 진행 과정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덜하다. 2017년 주택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조합원 모집 과정도 지자체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운영 주체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환경이 아주 잘 조성된 곳”이라고 꼬집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 발표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지역주택조합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둘러싼 각종 폐해가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가 무분별하게 조합원을 모집하고 조합을 설립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자격이 없는 업무대행사가 난립해 사업의 진행 속도가 더뎌지는 문제를 낳았다. 또 업무대행사와 조합 임원 등 운영 주체의 운영과정이 불투명해 각종 비리로 인한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이 운영 주체와 소송전을 펼치는 곳들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부정행위와 관련된 사건은 주로 사업 계획 승인 전 단계에서 문제가 불거진다. 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한 조합도 허다하다. 3~4년 기다리다가 사업 진행이 더뎌지니 조합원들이 소송을 의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전국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 현황. 해를 거듭할수록 설립 인가받은 조합 수는 줄어들고 있다. 자료=각 지방자치단체 자료 취합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2016년과 올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주택법과 시행령이 개정됐다. 두 개정안 모두 조합 설립의 투명성을 높여 진입 장벽을 높이고, 비리가 만연한 업무대행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택법 개정 이후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8년과 2019년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은 98곳으로 개정 전인 2015~2016년 156곳보다 줄었다. 전문가들은 “주택법 개정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법적 체제라든지 조합 설립 절차가 예전보다 투명해진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법 개정 전 피해를 본 조합원 구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예림 변호사는 “2017년 주택법이 개정된 이후 설립된 조합의 조합원들이 소송을 의뢰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법 개정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도 실효성이 있는 조항이 여럿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소송을 의뢰하는 피해자 대부분은 개정 전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이거나 설립도 안 된 조합이다. 이미 피해를 보고도 수년을 참아온 조합원들은 소송전을 벌이며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들을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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