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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핵심 '해상풍력'에 정부 지원 팍팍 '순풍 될까'

환영과 아쉬움 엇갈려 "주민 직접 투자·운용 방안 필요"…국산부품 개발 필요성도 대두

2020.07.24(Fri) 17:47:12

[비즈한국]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뉴딜 첫 현장 방문지로 전북 부안의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현재 124MW 규모인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100배 늘려 2030년 12GW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풍력업계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정부 발표 내용이 구체적이다. 그동안 해상풍력 개발 속도가 더뎠던 건 인허가 지연과 어업권 협상 때문이었다. 발전 계획에 구체적인 해결 방향이 언급돼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예산도 늘었다. 정부가 마련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그린뉴딜’ 관련 예산은 4639억 원이며, 이 중 해상풍력 부문에 195억 원이 편성됐다. 올해 해상풍력 관련 예산은 58억 원이다. 3.4배에 달하는 예산이 추가된 셈이다.

 

#정부가 해상풍력을 미는 까닭

 

그동안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부는 해상풍력 규모를 2030년까지 12GW로 늘려 영국,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해상풍력 규모는 목표의 1% 수준인 124.5MW에 그친다.

 

갈 길이 먼데도 정부가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해상풍력을 꼽은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해상풍력이 가진 ‘높은 발전용량’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태양광·육상풍력과 비교해 해상풍력은 공사 규모가 큰 만큼 생산하는 전력량이 많다. 따라서 대규모 단지 개발이 가능하고 30~50%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적 덜한 편이다. 청와대가 ‘해상풍력이 다른 발전에 비해 최대 열 배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규모가 있다 보니 연관 사업이 방대하다. 하부 구조물이라거나 타워 등 철강 제품을 사용하기에 ​철강산업, 조선업과도 연결돼 기대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방문한 17일, 산업부 등 관계부처는 ‘해상풍력발전 방안’ 보고서를 내놨다. ‘주민 간 간극을 좁히고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선 정부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고, 계획수립 단계부터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강조하기로 했다. 인허가 전반을 관할하며 절차를 간소화할 통합기구 설치를 위한 입법안을 연내 마련하고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를 추진할 계획도 담겼다. 

 

내년 상반기 중 사업성이 좋으면서 어업에 영향이 적은 해역을 선정해 ‘해상풍력 고려 구역’을 발표하겠다는 내용도 나왔다. 고려 구역은 풍황계측, 기본타당성 조사 등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100MW 이상 해상풍력 설비에 중복 시행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및 해역이용협의도 일원화가 추진된다. 정부는 정부주도 입지 발굴, 인허가 개선, 공정 개선 등을 통해 현재 최소 7년이 걸리는 사업기간이 5년으로 단축될 거라고 본다. 

 

현장 의견은 기대와 우려가 모두 나온다. 앞서의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입지 선정부터 개발까지 챙기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풍력발전 인허가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던 주민 협의 문제가 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에도 나왔듯 그동안 주요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민원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면 하고 말면 말라는 입장이다 보니 주민 민원은 개별 사업자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였다.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나온 여러 해결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풍력발전 사업자는 “아직 대부분 현장에서는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별법 제정 같은 특단의 조치 없이 ‘협의회 운영’, ‘의견수렴 절차 강화’ 등의 방법으로 발전 목표량을 채우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정부가 나서서 해상풍력발전 의지를 밝힌 건 환영하지만 층층이 얽힌 이해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령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기준’이다. 어민·주민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핵심인데, 그동안은 투자나 이익 공유 과정에 공식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음성적인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 어떤 주민은 보상을 받고, 어떤 주민은 받지 못하다 보니 갈등이 심해지고 마을 간의 문제로 커지기도 했다. 정부 발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 계획이 포함됐는데, 현금 보상뿐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소유권 일부를 갖고 투자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해양풍력발전에 승부수

 

한편 풍력발전과 관련된 국산부품 개발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이번 ​그린뉴딜 발표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최근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특히 해상풍력을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해상풍력발전방안에 발맞춰 5년 후 관련 사업 매출을 연 1조 원 이상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본격적인 국내 시장 확대에 발맞춰 연구개발, 생산시설 등에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순수 자체 기술과 실적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로, 현재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총 79기, 약 240MW 규모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의 풍력업계 관계자는 “발전기 공급업체 평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운영 실적’이다. 공급한 발전기를 장기간 운영하며 성능을 보증했는지를 눈여겨본다. 국내 업체로는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아직은 유럽 등 해외 업체의 발전기가 효율성이 높다고 인식되지만, 두산중공업도 빠르게 쫓아갈 거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판을 깔아준 김에 두산중공업을 밀지 않을까”라며 “정부가 전력 정책에서 엄청난 실책을 했다는 여론이 나온 와중에 이번 해상풍력발전 계획은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남해 해상풍력 외에도 전남, 울산 지역의 해상풍력 추진 계획도 동력을 받았다. 그린뉴딜 발표에 따른 전력망 접속 투자, 배후단지 건설 등 지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계획된 프로젝트들을 감안하면 정부의 2030 12GW 해상풍력 단지 건설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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