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마트가 매장 출점을 늘려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언택트 시대의 도래로 이(e)커머스 이용자가 크게 늘며 여타 대형마트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는 반대된 행보여서다.
신세계이마트는 지난 16일 서울시 노고산동에 이마트 신촌점을 오픈했다. 2018년 의왕점 오픈 이후 19개월 만에 신규 출점이다. 이마트는 앞선 5월에는 1만 9173㎡(약 5800평) 규모의 월계점 문을 다시 열었다. 낡은 매장을 미래형 점포로 탈바꿈해 10개월 만에 재개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경쟁사 홈플러스·롯데마트와는 대조적이다. 롯데마트는 올해에만 총 16개의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5월 양주점·천안아산점의 문을 닫았고, 6월에는 창고형 할인점인 VIC 신영통점을 폐점했다. 7월에는 의정부점·천안점·VIC킨텍스점의 영업을 종료한다. 롯데쇼핑은 이 밖에도 백화점·슈퍼마켓 등 700여 개 매장 중 200여 개를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한다.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홈플러스도 최근 안산점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안산점은 전국 홈플러스 매장 중에서도 매출 상위 점포로 홈플러스는 이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전 둔산점과 대구점 매각도 추진한다.
대형마트의 실적은 3사 모두 추락하고 있다.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6조 3306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248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7조 30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602억 원으로 38.4% 쪼그라들었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매출 7조 33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 2분기에는 270억 원의 영업손실을 전망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29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대형마트들의 실적 부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이용이 늘기 시작했고, 마켓컬리 등이 신선식품 유통까지 뛰어들며 시장을 뺏기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장 축소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유독 이마트만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가 매장을 늘리는 것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이 매장을 축소하는 틈새를 공략하는 측면이 크다. 기존 매장에서 벗어나 1인 가구 증가 등에 맞춰 매장을 전면 리뉴얼하는 한편, 매장의 효율성을 높여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새로 오픈한 신촌점은 인근에 대학생 등 1~2인 가구가 많기 때문에 1~2인용 회·초밥, 디저트 과일, 요리 채소, 샐러드 등 소량 품목을 전면에 배치했다. 또 반조리 식품과 초저가 와인, 수입맥주 등 대학가 연령층에 맞는 특화 매장을 구성했다.
리뉴얼을 마친 이마트 월계점의 경우 식품매장 규모를 100평가량 더 키웠고, 축·수산 매장은 고객 취향에 맞게 제품을 손질해주는 등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비식품매장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전국 140개 점포 중 30% 이상을 월계점처럼 새 단장한다는 계획이다. 리뉴얼 비용으로만 26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이마트를 SSG닷컴과 연계한 오프라인 거점 매장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신세계이마트는 SSG닷컴 확장에 나섰는데, 쿠팡·마켓컬리 등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과 개인맞춤형의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한편 거점 물류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배치된 1~2인 가구 특화 제품을 SSG닷컴에서도 판매하면 조달과 물류, 판매의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소비자들의 취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며 “롯데마트‧홈플러스의 점포 감소에 반사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상속세 신고기한 앞두고 신격호 수천억대 대출금 상환, 누가?
·
삼성생명 1분기 민원 건수 감소, 눈에 띄는 까닭
·
[현장] 이마트 주총, 전기차 충전사업 본격화 선언
·
'롯데잇츠' 배달 앱 시장 가세…'배달의민족' 아성 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