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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K-2 흑표 파워팩의 '마지막 도전'이 갖는 의미

봐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산화에 거는 기대감…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로드맵 '절실'

2020.07.23(Thu) 10:21:45

[비즈한국] 대한민국의 최신형 주력 전차 K-2 흑표는 육군을 사랑하는 사람, 전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긍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일으키는 애증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 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 수출도 성공한 우수성을 자랑하지만, 전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팩 문제로 10년 넘게 고생 중인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현대 전차는 정비 문제로 엔진과 변속기, 냉각 장비 등을 하나의 뭉치로 만든 일명 ‘파워팩’을 쓴다. 원래 K-2 흑표 전차는 일명 ‘유로 파워팩’으로 불리는 MTU MT-883 ka501엔진과 RANK HSWL 295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하지만 개발 도중에 별안간 파워팩 국산화를 결정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엔진을, S&T 중공업이 변속기를 맡아 국산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흑표 파워팩의 개발지연, 성능 부족, 개발 실패 및 각종 문제점은 수십 가지를 나열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진행된 국방 R&D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실패가 알려진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표 파워팩과 비슷하게 많은 문제점이 알려진 K-11 복합소총이 현재 완전히 개발이 실패한 현재, 흑표 파워팩은 현재 한국 방위산업에서 가장 큰 실패이자 아직도 종결되지 못한 실패인 셈이다.

 

K-2 흑표 전차. 사진=김민석 제공

 

물론 흑표 파워팩 이전에도 문제가 있던 무기체계는 적잖이 있었다. K-30 비호 자주대공포의 경우 개발 완료 후 성능 부족으로 군이 대량 생산을 거부, 몇 년간의 개량 끝에 겨우 군의 요구사항을 맞춘 적이 있었으며, 해군의 PKX 차기 고속정 사업 역시 고장 문제를 수년간 고치지 못해 군이 큰 곤란을 겪은 적도 있다. 문제는 2020년 현재도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 논란과 논쟁이 계속 생기는 거의 유일한 제품이 흑표 전차 파워팩이라는 점이다.

 

흑표 파워팩에 대한 비난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일정과 성능을 지키지 못한 업체에 대해서 방위사업청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10여 년 이상 개발을 추진하고, 개발 실패가 계속되면서도 또 다른 개발 기회를 주고 있다.

 

흑표 파워팩에 봐주기 논란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짧게 살펴보자. MTU 파워팩을 갖춘 흑표 전차는 이미 2008년 9월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았으나, 국산 파워팩으로 양산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5년 동안 사업이 지연되다가 1차 양산에서 MTU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다. 

 

2차 양산에서도 국산 파워팩에 대한 테스트는 계속 진행되어, 결국 파워팩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엔진은 요구사항을 겨우 맞추는 데 성공했으나, 변속기는 계속된 고장과 시험평가 실패로 결국 국산 엔진과 외국산 변속기가 결합한 파워팩이 채택되어 2차 양산이 이루어졌다.

 

K2 흑표 전차 파워팩에 들어가는 EST15k 변속기. 사진=김민석 제공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국산 파워팩에 대한 역차별론, 규정의 모호성, 불필요한 요구사항들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방위사업청과 대립했고,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은 지난 7월 16일 국방규격을 자세히 만들면서 변속기의 목표 성능에 관한 규정을 좀 더 자세히 만들었다. 즉, 업체가 말하는 대로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대신, 판정에 불복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더 엄밀히 만들었다는 태도인데, 이 때문에 흑표 파워팩 사업에 비판적인 여론은 ‘지나친 봐주기’로, 업체 입장을 옹호하는 여론에서는 ‘해외 업체에 대한 역차별’로 해석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다소간 불만은 있어도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상당 부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전차 파워팩이라는 것이 워낙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전차의 수출은 물론 향후 파생형 개발로 자주포, 장갑차 등 거의 모든 지상 차량의 완전한 국산화를 이룰 수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상 무기에서 파워팩은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이자, 특정 해외 업체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는 독과점 품목이기도 하다. 얼마 전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K9 자주포를 수출하는데 독일 정부의 반대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K9 파워팩 역시 K2 전차의 1차 생산분에 들어간 독일제 MTU사의 제품이다.

 

이 때문에 흑표 국산 파워팩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는 흑표 전차의 미래 수출 전망은 물론, 국산 지상무기의 미래 수출에도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국산 파워팩 테스트의 성공을 위해 결함을 눈감고 통과해 달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고 공정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서 개발 성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K2 흑표 전차 2차 생산분에 들어간 국산 DV27k엔진.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제공

 

국산 파워팩의 개발 성공이 무기 수출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전 세계의 군과 관련 기관들은 이미 우리가 국산 파워팩 개발을 위해 많은 실패와 개발 지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이번 테스트가 엄격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흑표 파워팩이 완성되어도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가 UAE에 수출될 때, UAE는 신뢰성 문제로 굳이 돈을 더 들여서 독일제 MTU 파워팩으로 교체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흑표 파워팩의 마지막 도전 이후 우리 지상 장비와 파워팩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수 기술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래 지상 장비의 동력기관으로 주목받는 것은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전기 구동 혹은 하이브리드 구동인데, 과거에 추진된 일명 ‘녹색 국방’으로 하이브리드 기동차량 등을 개발하고자 했으나, 당시에는 기술 부족으로 큰 결실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민간 산업용 기술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민간 산업에서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래 지상 차량용 파워팩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운용 중인 차륜형 장갑차 K808의 경우 민수용 트럭을 위한 현대 H엔진을 사용하는데, 운용 과정에서 신뢰성 및 정비 편의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미 흑표 전차 파워팩은 좋든 싫든 마지막 도전 단계에 있고, 이번 테스트 이후 완전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미래 지상 차량 동력기술에 대한 치밀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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