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2019년 6월 치매로 인해 한정후견인(사단법인 선)을 둔 상황에서 본인 소유의 부동산과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상속세 신고 기한 직전 상당 부분의 대출금을 상환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6월 25일 신격호 명예회장은 부동산 자산(인천시 계양구 다남·둑실·묵상동, 서울 서초구 신원동,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을 담보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 600억 원, 총 1200억 원(채권최고액 기준)의 대출을 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1974년 4월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인천 계양구 다남·둑실·묵상동 토지 21필지(98만 1057㎡, 29만 6769.74평), 1981년 4월 양재 화훼시장 지역인 서초구 신원동 토지 4필지(4234㎡, 1280.79평), 1973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롯데오산물류센터로 둘러싸인 오산시 부산동 토지 28필지(7만 2106㎡, 2만 1812.07평)를 보유했다.
같은 날, 신 명예회장은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 지분 전부를 담보로 같은 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도 받았다. 각 사의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는 대출금 규모가 공시되지 않았다. 다만 신 명예회장이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은 324만 5425주(당시 1주당 4만 4000원선), 롯데칠성음료 주식은 10만 4080주(당시 1주당 17만 3500원선)로, 환산하면 1608억 원 규모다. 주식담보대출이 지분 가치의 최대 70% 가능한 점을 미뤄보면 최대 1100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부동산 자산과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이 최대 2300억 원(채권최고액 기준으로 실제 대출금은 줄어들 수 있음)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1월 19일 별세한 신 명예회장은 대출받은 국내 부동산 자산과 롯데 계열사 주식 외에도 일본 롯데홀딩스 및 계열사 지분 등 1조 원의 유산을 남겼다. 상속인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전 호텔롯데 고문 등 네 자녀로, 상속세가 4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속세 신고 기한은 7월 30일까지다.
부동산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22일 현재까지 신 명예회장의 국내 부동산 자산은 상속되지 않은 채 신 명예회장의 명의로 남아 있다. 그런데 상속세 신고 기한을 한 달 앞둔 6월 30일, 하나은행에서 받은 채권최고액 600억 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이 상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도 신 명예회장과 체결한 주식 담보 계약이 6월 29일 해지됐다고 지난 3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우리은행에서 받은 채권최고액 600억 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은 아직 상환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상속인들 간에 상속 분할 비율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상속세 납부 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 명예회장의 상속 문제와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 측은 “개인 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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