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방배삼익조합)이 일부 조합원에게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고 부지 매입 자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 선정 이전이라 사업비 대출이 여의치 않았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인데, 이를 반대하던 조합원은 높은 이자 부담을 다수가 짊어지게 됐다며 집행부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방배삼익조합 비상대책위원회격인 ‘바르고 빠른 삼익 재건축’ 양 아무개 대표는 17일 박 아무개 조합장(자금차입 당시 대의원)과 배 아무개 이사(당시 조합장 직무대리)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서울방배경찰서에 고발했다. 사업구역 내 토지매입자금 27억 원을 시중은행에서 빌릴 수 있음에도, 조합원에게 최대 연 14% 이율로 빌려 조합에 손해를 입혔다는 취지다.
# 한전부지 매입 자금 27억 원, 방배삼익조합은 왜 은행이 아닌 조합원에게 빌렸나
문제의 토지는 한국전력공사가 조합원과 소유권을 공유한 단지 내 총유부지(2만 9022㎡, 8779평의 0.77%, 한전부지)다. 방배삼익조합은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 이전을 구하는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 2018년 6월 매매대금 24억 9521만 원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냈다.
방배삼익조합은 당시 토지를 매입할 돈이 없었다. 통상 재건축사업비는 시공사의 지급 보증으로 은행권에서 빌려오는데, 방배삼익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은 2019년 10월과 12월 각각 대림산업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시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 수 있다. 조합은 이에따라 지난 5월 대림산업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방배삼익조합은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2019년 10월부터 금융권과 수차례 대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회신을 받았다는게 조합 측 설명이다. 방배삼익조합은 2019년 12월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시공사선정 입찰 결과 유찰 후 하나은행과 논의했으나 ‘당 조합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있어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이고, 현재 조합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도 협의가 진행중이나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배삼익조합 관계자는 17일 “2019년 10월 말부터 12월까지 은행만 7~8군데를 돌아다녔다. 은행에서는 조합은 기본적으로 신용보증 외에는 담보가 없고, 시공사 선정이 되지 않은 조합에 그렇게 큰돈을 빌려준 사례는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인근 국민은행의 경우 24억~25억 원을 빌리려면 조합원 6명~10명 이상이 합세해 담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런 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바르고 빠른 삼익 재건축’ 측은 조합 주장과 달리 당시 은행권 대출이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양 아무개 ‘바르고 빠른 삼익 재건축’ 대표는 “하나은행 해당 지점장에게 문의한 결과 ‘은행에서 요구한 것은, 대출을 받을지 말지는 주민의 부담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주민총회를 통해 대출을 받자고 결정이 되면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던 것일 뿐, 비대위가 있어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은행 입장에서는 비대위가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조합 소유 부동산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선정이 무산되고 한전부지 매매대금 지급기일이 다가왔다. 화해권고결정으로 체결된 매매계약상 대금 지급일은 △시공자로부터 사업비를 대여 받은 날로부터 7일, △시공자 선정 후 3개월, △2019년 11월 30일 중 빠른 날이었다.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한전은 1개월 기한인 12월 31일까지 연 15%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할 것을 최고하고,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다. 매매계약이 해제돼 새로운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려면 조합은 토지 등 소유자의 재건축사업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지매입 자금 27억 원, 최대 이자율 14%로 조합원 측 22명에게 차입…“모집 과정 문제 있어”
방배삼익조합은 지난 1월 16일 시공자 선정방법을 수의계약으로 결정하는 임시총회에서 한전부지 매입 자금을 조합원에게서 빌리기로 결의했다. 조합원에게 지연손해금 이자인 연 15% 이내 이율로 한전 부지 매입자금 총 27억 원을 빌리겠다는 취지다. 대여 우선권은 최저 금리(최소 대여금 5000만 원)를 제시한 조합원에게 주고, 원리금은 시공자로부터 사업비를 대여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일시 상환키로 했다.
조합원은 실제 얼마만큼의 이자를 받게 됐을까. 비즈한국이 조합원으로부터 입수한 방배삼익조합의 ‘한전부지 자금 차입 현황표’에 따르면 조합이 총회 하루 뒤인 1월 17일부터 대여자를 모집한 결과 23일까지 조합원 측 22명에게서 총 27억 원을 차입했다.
차입금 규모는 최대 5억 원까지, 연 이율은 5%부터 14%까지로 나타났다. 연 이자율을 10% 이상을 받아간 조합원 측 인원은 14명(총 대여금 11억 원)으로 전체 대여자 과반을 차지했다. 차입금을 대여한 조합원 중에는 박 조합장(당시 대의원)을 포함해 조합 대의원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조합장은 연 13% 이자율로 5000만 원을 대여했다.
‘바르고 빠른 삼익 재건축’ 측은 한전부지 매입금 대여자의 모집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당초 대여자 모집기간을 정하지 않고 차입금 한도인 27억 원이 모이자 대여자 모집을 종료했는데, 사실상 ‘최저 입찰’이 지켜질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양 아무개 ‘바르고 빠른 삼익 재건축’ 대표는 “은행 대출이 안된다는 말에 근거해 조합원에 대한 자금 차입 안건이 상정됐고, 통과됐다. 최저 금리를 제시한 조합원에게 차입금을 조달받겠다고 했는데 실제는 차입 한도가 차자 대여금 모집을 마감했다. 시중금리는 커녕 평균 연 14% 고이자가 설정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 기망적 행위가 수반됐고, 그 과정에서 조합 측 인사에게 고율의 이자가 돌아가게 됐다. 일반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은 조합의 업무를 해태한 업무상 배임의 형사적 문제가 내재된 것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한전에 지연손해금 15%를 줬으니 한전 땅에 준 이자보다 적은 금리를 쓴 사람부터 27억 원이 도달할 때까지 차입금 지원을 받겠다고 했다. 조합이 차입한 금액도 사채로 보기 때문에 돈을 댄 조합원은 이자금액의 27.5%를 소득세로 원천징수 받는다. 조합원 전체로 봤을 때 한전부지 매입을 위한 차입금의 이자율은 평균 9.6%수준인데, 이는 한전의 지연손해금을 5.4%가량 줄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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