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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늄 팔찌 이어 '미세전류 팔찌' 등장, SNS 건강제품 주의보

"생체에너지 채워 코로나 예방" 마스크팩, 탈모치료기 등 광고…전문가들 "의학적 근거 없어"

2020.07.16(Thu) 15:27:27

[비즈한국] ‘​미세전류’​는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걸까.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세전류가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세전류를 활용한 탈모 치료기나 마스크팩은 물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할 수 있다는 미세전류 마스크까지 나왔다. 착용하기만 하면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미세전류 팔찌도 있다. 과연 업체의 홍보 문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미세전류 팔찌’로 생체에너지 채울 수 있다?

 

“미세전류로 부족한 ATP(생체에너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건강식품은 오래 먹어야 생체에너지가 나오지만 이제는 직접 채워야 합니다.” 최근 유독 눈길을 끄는 제품은 SNS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미세전류 팔찌’다. 이 제품은 생체 전류와 가장 흡사한 미세전류를 통해 생체에너지를 채워 인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노년층부터 성장기 영양이 부족한 어린이까지 연령을 불문하고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가격은 10만 원대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특허를 획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르말린이라는 광물을 이용해 미세전류 발생의 효율을 높였다는 내용이다. 이 업체는 “일반적인 기술은 토르말린의 음이온 방출 현상을 그대로 차용했다. 토르말린에 대한 미약전류를 추출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거나 미약전류의 전력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은 개시된 바 없다”며 특허 출원 이유를 밝혔다. 미세전류 측정 시험성적서와 방사선량 시험성적서도 보유하고 있다고 광고한다.

 

전문가들은 ATP는 식품 섭취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인데 미세전류로 생체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이야기에 의구심을 표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ATP는 식품 섭취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인데, 미세전류로 생체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이야기에 의구심을 표했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생명체가 움직이려면 혈소와 단백질이 방향성 있게 움직여야 하는데 ATP가 그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먹는 목적의 80~90%는 ATP를 만들기 위해서다”며 “미세전류로 ATP를 만들 수 있다고 하면 사람이 먹을 필요가 없다. 세계적으로 식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광고의 제품은 의료기기도 아닌 공산품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팔찌에 사용했다는 토르말린은 아주 값싼 돌덩이다. 토르말린에서 미세전류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미세전류가 나온다고 해서 ATP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게르마늄 팔찌와 똑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게르마늄 팔찌는 혈액 순환과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광고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공산품인 데다 업체에서 내세운 논문이 학술 논문이 아닌 가짜 논문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다만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효과가 없으니까 다행인 거다. 업체에서 말하는 대로 팔찌를 차고 있어서 ATP가 생성되면 사람은 하루에도 몇 킬로그램(kg)씩 살이 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주 연세스타피부과 원장도 “ATP로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효과는 크지 않아 부작용도 작다”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 측은 “팔찌를 착용한다고 해서 ATP가 생기는 개념이 아니다. 몸에 생체전류가 흐르고 그 전류로 인해 ATP가 활성화된다. 팔찌에서 나오는 미세전류가 생체전류와 흡사하기 때문에 생체전류를 증폭해서 ATP를 좀 더 많이 생성해 몸의 밸런스(균형)를 맞추는 것”이라며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 착용 후 처음 3~5일 정도 체내의 독소가 배출되면서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반응이 영구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의학적 근거 부족한 제품 많아, 신중히 골라야

 

집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미세전류를 활용한 뷰티 디바이스 등 기기도 주목받는다. 미세전류 마스크팩, 미세전류 마스크 등 제품은 다양하다.


미세전류를 활용한 다른 제품은 어떨까. 집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미세전류를 활용한 뷰티 디바이스 등 기기도 주목받는다. 미세전류를 이용해 마스크팩의 침투력을 높여주는 미세전류 마스크팩, 미세전류를 통해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탈모를 예방하는 미세전류 탈모 치료기가 대표적이다. 미세전류로 항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미세전류 섬유로 만든 마스크도 홍보 전선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미세전류를 이용한 제품이 모두 터무니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효능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광호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미세전류가 상처 치료나 신경 재생 효과로 인한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있다. 다만 미세전류 마스크팩이 콜라겐을 형성한다는 이야기는 비약이 심하다. 약물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세전류 마스크팩을 썼다는 유럽 보고서가 하나 있지만 신뢰성 있는 논문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광호 교수는 “탈모 치료기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의 열에너지는 두피를 자극해 모발이 자라게 하기에 역부족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피부는 장벽이 두꺼워서 화장품이 침투하기 어렵다. 미세전류를 통해 피부 세포를 활성화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기기나 미세전류 세기에 따라 자극이나 효과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상주 원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실험을 하지 않은 이상 미세전류 마스크로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도 공허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게르마늄 팔찌, 미세전류 팔찌 등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제품이 판매되고 입소문을 타는 현상이 반복되는 데에는 국내에서 대체의학이나 유사 과학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품의 홍보문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덕환 명예교수는 “업체들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특허가 효능을 확인해주는 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비싸다고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도 거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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