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0년 6월 한국산업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대우건설이 만 10년이 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 전문가인 김형 사장이 2018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취임 후 대우건설은 현재까지 역성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갖 악재에 직면하면서 대우건설의 주가도 장기 침체 현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김형 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 제값 매각을 위해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 취임 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사장 취임 당시인 2018년 6월 1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의 주가는 6230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1개월여 지난 7월 14일 종가는 3485원이었다. 김 사장 취임 당시에 비해 무려 40% 이상 급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대우건설의 시가총액 규모는 1조 4484억 원에 그쳤다. 이는 2010년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확보하는 데 투입한 3조 2000억 원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앞서 산업은행이 2018년 초 호반건설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때도 헐값(1조 6000억 원) 매각 논란이 증폭됐었다. 현 주가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할 경우 호반건설 매각 추진 당시보다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를 구조조정과 매각을 진행할 특수목적법인(SPC)인 KDB인베스트먼트제1호유한회사로 바꾸면서 매각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의 현재 입장을 보면 매각은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 보인다. 같은 달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올해 제일 중요한 추진 과제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대우건설의 매각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호실적은 주가 상승을 견인한다. 그러나 김형 사장의 재임기간 중 대우건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사실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사장은 2018년 10월 ‘창립 45주년 새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5년까지 매출 17조 원, 영업이익 1조 5000억 원을 달성해 세계 20위 건설사에 진입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대우건설 연결기준 매출은 2018년 10조 6054억 원에서 2019년 8조 6518억 원으로 18% 이상 급감했다. 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 9858억 원으로 2조 원 벽이 무너지면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9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2.7%나 늘었다.
건설업체의 주요 경영평가 기준인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대우건설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성했던 영광의 시절이 있었다. 대우건설은 김형 사장 부임 이후 2018년 4위에서 2019년 5위로 시공능력평가순위가 하락했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실적, 경영, 기술능력, 신인도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순위를 산정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공사실적과 기술능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비중이 커진 항목인 경영 부문에서는 대형 건설사 중 최하위 평가를 면치 못하면서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우건설을 둘러싼 여러 악재들은 주가를 발목 잡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올해 4월 ‘2020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대우건설을 선정했다. 대우건설에서 지난해 하청 노동자 7명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주택 하자와 관련해 분쟁 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도 대우건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대우건설은 2015년부터 2019년 6월 말까지 모두 3362건의 신청이 접수돼 최다 분쟁 발생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도급순위 상위 20위 건설사의 소비자피해 상담 건수에서도 대우건설은 341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 관련 이슈는 잠잠해진 상황이다. 언제 매각이 본격화될지는 현재로선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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