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류 문명은 수많은 질병을 정복했지만 여전히 각종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적지 않다. 질병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과연 어떤 신약을 준비하고 있을까. 또 반대로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쉽게 신약이 나오지 않는 배경은 뭘까. 비즈한국은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신약을 소개하고 개발 현주소와 전망을 알아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도용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이후 대웅제약의 향후 사업 방향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현지 시각)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의 보톡스 나보타(미국명 주보)에 대해 10년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이에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내린 중대한 오류”라고 반박하며 오는 11월 최종 판결에서 승소를 자신했다.
그러나 통상 ITC 최종판결에서도 예비 판결과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나보타의 미국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도 하락할 수 있다. 지난 6월 메디톡스의 보톡스 메디톡신이 국내 품목허가가 취소된 점은 대웅제약에 긍정적이나, 대웅제약의 나보타도 논란이 일었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지 않을 여지가 있어서다. 여기에다 최근 종근당·한국비엠씨·한국비엠아이 등이 보톡스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과연 대웅제약은 보톡스 사업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
우선 대웅제약의 매출을 견인하는 피로회복제 우루사·고혈압치료제 올메텍·비타민 임팩타민 등의 판매에 주력하리라 예상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와 위산분비 억제제 넥시움, 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 등 국내 판권 계약을 맺은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5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위식도역류염·2형 당뇨병·특발성 폐섬유증·진통제 등 신약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경쟁 치열한 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준비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웅제약이 2형 당뇨병 시장에 신약으로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은 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DWP16001’의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발표한 임상1상 결과에 따르면 이 신약은 100분의 1의 용량으로도 같은 계열 약물 대비 우수한 요당 분비(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 효능이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신기능이 저하된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도 약을 쓰는 임상1상을 지난 5월 시작했다.
2형 당뇨병 국산 신약은 손에 꼽는다. 지난 2012년 LG생명과학이 제미글로정을, 2013년에는 종근당이 듀비에정을 출시했다. 2015년에는 동아에스티가 경구용 혈당 강하제인 슈가논정을 내놓았다. 보통 2형 당뇨병 환자의 1차 치료로는 메트포르민이 쓰이는데, 이것만으로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는 2차 치료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DPP-4 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LG생명과학과 동아에스티는 DPP-4 억제제 시장에, 종근당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글리타존계 시장에 진출했다.
당뇨병은 체내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과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형 당뇨병으로 나뉘는데, 1형 당뇨병은 치료제가 적은 반면 2형 당뇨병은 치료제 경쟁이 심하다. 유병 기간이 길어 임상경험이 오래된 약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재혁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 간사(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신약은 꾸준히 출시되는 편이다. 다만 환자별로 증상이 달라 허들(장벽)이 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 이길 수 있을까
대웅제약은 2형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도 SGLT-2 억제 기전 치료제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지배하는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베링거인겔하임·엠에스디·아스텔라스제약 등이 국내 의약품 허가를 받아 SGLT-2 억제 기전 치료제를 시판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중 임상2상을 마치고 임상3상을 진행해 오는 2023년 출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2형 당뇨 신약의 향방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 도중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고, 시장에 출시되더라도 임상 경험이 풍부한 약을 선호하는 질병 특성상 선택을 받기 어려울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SGLT-2 억제 기전 치료제는 지난해 원외 처방액 902억 원을 기록해 2018년보다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진행하는 질병’이다. 평생 가지고 가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 가지 원인으로 발병하는 것도 아니고 약을 하나만 쓴다고 해서 완치가 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오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재학 간사는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외국계 제약사가 70~80%를 차지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약들도 많은데 급여를 통해 비용부담을 낮추면 승산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위식도 역류질환과 대사질환 연구영역에서 국내외 전문가 풀을 확보하고 있었다. 약물의 강점과 시장 기회 요인이 많아 SGLT-2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당뇨병뿐 아니라 비만, 심장, 신장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기반으로 적응증 확대를 위해 여러 비임상 및 임상시험을 진행,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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