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 실적 집계 결과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8.1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선 1분기에 비해 매출은 6.02% 감소, 영업이익은 25.58%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매출은 7.36% 감소, 영업이익은 22.73% 증가한 수치였다.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영업이익 6조 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서프라이즈였다.
미국 반도체 시장도 활짝 웃었다. 마이크론(Micron)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마이크론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54억 달러(약 6조 4773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8.8억 달러(약 1조 564억 원)를 기록하며, 이미 한차례 상향 조정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뛰어넘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2분기 실적을 매출 8조 2500억 원, 영업이익 1조 7200억 원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대 2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파운드리 업체들도 ‘호황’
세계 3위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예상 밖 선전’ 배경은 공급량을 줄인 것에 비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메모리 가격 인상과 출하량 증가 등으로 반도체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우려했던 코로나19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비대면 업무가 확산되면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D램 재고 축적을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초반,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로 공급을 늘리지 않은 것도 안정적인 D램 가격 형성에 이바지했다는 평이다.
호황은 파운드리(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위탁생산기업)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요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 관계자는 “당초 코로나가 확산될 때만 해도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실적 우려를 많이 했지만, 오히려 비대면 경제 활동 증가로 디지털 제품 수요가 늘면서 전자업계는 기대감이 증가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오히려 생산라인을 풀가동한 지 꽤 됐고 주문도 더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4분기까지는 계속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변수는 가격과 미중 갈등
하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갈등이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은 최근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영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에 압박을 가하자, 중국 파운드리 1위 업체인 SMIC가 화웨이 물량을 대량 끌어들였고 지난 1분기에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9억 500만 달러)을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이 강세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자체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상반기에 보수적 운영으로 이미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점도 우려 요소다. 하반기에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던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지난달 말 처음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서버용 D램의 경우 전 분기 대비 5% 이상, PC용 D램도 5% 수준의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구조 변화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의 재고 확보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조금 더 빨리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 같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만큼은 아직 우리가 주도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쫓아오는 중국에 시장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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