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판매’ 의혹에서 시작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이 정·관계 비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만났던 비밀 아지트를 ‘비즈한국’이 처음으로 찾아냈다.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사무실이었으며, 임차인이 법무법인 H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비즈한국이 단독 보도한다.
지난 9일, ‘비즈한국’은 옵티머스자산운용 내부 관계자로부터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드나들던 비밀 아지트가 강남구 역삼동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비밀 아지트’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 중간 지점인 테헤란로에 위치한 고층빌딩의 14층 사무실이었다. 이 빌딩은 지하 7층~지상 24층 규모(5만 1126.31㎡, 1만 5465.71평)로 2018년 8월 완공됐으며, 1층에는 유명 커피 브랜드 매장이 있다. 14층 전체 면적은 1264.57㎡(382.53평)에 달한다.
임차인이 근저당권 및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아 부동산등기부에서 임차인과 임대료의 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빌딩에서 근무하는 보안 담당자들은 14층 사무실 임차인을 ‘법무법인 H’, ‘H’, ‘H옵티머스’라 지칭했다. 월 임대료는 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8일 구속된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 3인방인 윤 아무개 이사가 법무법인 H의 대표변호사다. 법무법인 H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비밀 아지트를 제공해준 셈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빌딩 로비와 14층에 간판조차 내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 안내판에는 14층 사무실의 또 다른 임차인(W 사)에 정보만 기재돼 있었고, 보안 관계상 기자가 직접 14층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지만 복수의 빌딩 관계자는 “14층에도 ‘법무법인 H’ 간판이 걸려 있지 않다”고 설명해줬다.
법무법인 H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비밀 아지트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의 빌딩 관계자는 “오늘은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지만, 지난주까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들이 출퇴근하는 모습을 봤다. 사무실을 뺀다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조차 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정관계 유명 인사들을 자문단으로 영입해 판매사 측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옵티머스에서 법률자문을 맡으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을 위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윤 아무개 이사(구속)의 부인 이 아무개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나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 사태가 확전되자 지난달 청와대 행정관을 사임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와 경기고 동창으로 막역한 사이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은 이 회사 고문 및 펀드기획지원 등 경영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비즈한국은 취재 과정에서 양 전 은행장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옵티머스에셋 미국법인 대표’ 영문 명함을 입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관계 연루 의혹으로까지 사태가 확전될 조짐을 보이자 검찰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4, 25일 양 일간 서울 강남구 소재 옵티머스 본사를 비롯해 18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전방위적 압수수색 대상에는 역삼동 비밀 아지트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지트는 옵티머스 자문단으로 이름을 올렸던 유명 인사들을 비롯해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비밀리에 드나들었던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장소인 만큼 향후 검찰 수사의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밀 아지트와 관련된 정보를 ‘비즈한국’에 제보한 옵티머스자산운용 내부 관계자는 “보안이 철저하다 보니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출입자 리스트를 확보하기 위해 빌딩 관계자에게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보안 관계상 정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만 전해 들었다. 보안 관계자는 “법무법인 H가 임대한 14층 사무실은 타 입주사보다 철저하게 보안이 관리됐다. 주로 50~60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들이 드나들었다. 얼굴만 보고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출입자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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