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그동안 임의단체였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에 법적지위가 부여될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가맹점주로 구성된 단체의 협의 요구에 본사(가맹본부)가 의무적으로 임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오는 12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가맹점주협의회에 법적지위가 부여되며, 본사는 이들과의 협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협의회 구성을 위한 세부규정이 없어 거래조건 협의가 원활하지 않던 부분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다. 반면 가맹본부 관계자 및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사실상 가맹점주 노조가 허용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 논의는 20대 국회에서부터 꾸준히 나왔다. 2016년 7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맹점사업자 단체 구성에 공정위 신고제를 도입하고, 이들이 협의를 요구할 시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에도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의로 유사한 골자의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여야 의견차로 인해 무산된 안건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전해철 의원이 20대 국회와 동일한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재발의했고, 공정위는 8월 중 입법 예고를 거쳐 12월 국회 제출 계획을 밝혔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는 가맹점주 단체와의 협의 의무화, 협의 거부 시 과징금 부과 외에도 광고판촉 행사 시 사전동의 의무화, 가맹사업 전 직영점 운영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에도 가맹점사업자가 단체를 구성할 수 있지만 등록하거나 신고할 길이 없어 사실상 프랜차이즈 본사가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판촉행사 사후에 그 집행 내역을 통보하고 요청이 있을 경우 열람할 수 있게 했지만 사후 통보로는 공정한 비용 분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측은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권은 이미 규정돼 있기 때문에 신고제를 도입하는 건 사실상 가맹점주 노조를 허용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협회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와 달리 양자 모두 독립된 사업자다. 현행 가맹사업법도 성실하게 협의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협의 개시 의무 및 거부 시 과징금 처벌 규정으로 개정하는 건 사실상 합의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가맹본부의 경영 자유가 훼손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도 법 개정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에 단체교섭권이 부여되면 노동3권으로 일컬어지는 나머지 권한도 부여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이 시작일 거라는 의견이 다수다. 단체교섭권이 부여되고 나면 다음에는 휴업권 등 단체행동권을 요구하지 않겠나. 프랜차이즈 업계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를 갑과 을로만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의 시각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실상 노조 허용’이라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다. 가맹거래사인 이재복 프랜차이즈인프라 대표는 “엄밀히 말해 단체교섭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의 공정거래법은 실효성이 없었다. 공정한 게임이 안 되니 최소한의 장치를 들여온 거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기간 동안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의 위반 혐의 가운데 시정조치가 이뤄진 건은 접수건수 1072건 가운데 152건으로, 14.5%에 불과하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해온 점주 A 씨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한 공간에서 일하지 않고 각자의 사업장에서 각개전투하기 때문에 단체를 만들거나 모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어렵게 점주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본사에 문제를 제기해도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으니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가맹점주의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하거나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법 개정을 환영하는 측도 반대 측과 마찬가지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는 일이 ‘시작’이라고 본다. 이재복 가맹거래사는 “2014년 일본의 한 지방노동위원회가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본사의 단체교섭 불응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서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결이 뒤집히긴 했지만 일본에서 의미있는 사건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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