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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존 택시에 먼저 혁신할 기회 줘야" 이행열 마카롱택시 대표

카카오 대비 투자금 6% 불과하지만 공급량 대등…1년 만에 대항마로 부상한 비결 들어보니

2020.07.10(Fri) 11:05:11

[비즈한국] ‘타다 금지법’으로 불렸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4개월이 흘렀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모빌리티 업체들은 세력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중 KST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마카롱택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마카롱택시는 예약을 기반으로 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출발했다. 2019년 2월 한 택시법인을 인수하면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건 4월이다. 그런데 이제 갓 1년을 넘긴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마카롱택시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전국 9000여 대의 택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9812대를 확보 중인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수치다.

 

안정적인 공급량 확보에 힘입어 마카롱택시는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로 출시 중이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실시간 호출 서비스라든지 영유아 카시트 장착 서비스, 자전거 거치대 장착 서비스 등 이용자 맞춤형 이동 서비스도 속속 내놓는 중이다. 연말까지 20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마카롱택시가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2017년 6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은 덕에 1만 대에 가까운 택시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마카롱택시는 총 투자금액이 260억 원에 불과하다.

 

카카오모빌리티 투자금액의 6%도 안 되는 금액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비슷한 공급량을 확보한 마카롱택시의 비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를 직접 만나 성장 비결을 물었다.

 

KST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마카롱택시 성장세가 매섭다. 사진=최준필 기자

 

Q.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더욱 바빠졌다고 들었다.

 

A. 2019년 모빌리티 업계가 격동의 시기를 겪은 후에 정부와 국회가 유상 운송 서비스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내리지 않았나. 그런데 택시업계 종사자분들이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겼다”라고만 생각할 뿐이더라. 만약 이 상황을 구산업과 신산업의 경쟁 구도로만 생각한다면 모빌리티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싸움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겠나.

 

사실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택시’만을 위한 법안은 아니다. 그동안 택시는 규제가 너무 많아서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었다. 이러한 까닭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정부에 택시 면허로 사업을 할 테니 택시를 묶고 있는 규제들을 좀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그에 화답한 법안이 현 개정안인 거다. 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분들을 만나면서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추가로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왜 모빌리티 업계에 존재해야 하는지, 택시업계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렸다.

 

Q. 카카오모빌리티와 비교했을 때 공급량 측면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택시기사들이 마카롱택시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을까.

 

A. 택시업계가 한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독점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 같다. 마카롱택시가 그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택시기사들을 설득했다. 동시에 마카롱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승객과 기사를 가장 빨리 연결하는 기업으로 성장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와는 다르게, 마카롱택시는 개인의 이동 목적에 따라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마카롱택시의 목표에 많은 택시기사가 관심을 보인 덕분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카롱택시가 탄탄대로를 달렸던 것은 아니다. 2019년 모빌리티 업계가 법률적 문제로 고초를 겪었을 때 마카롱택시도 투자 유치에 거듭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Q. 일각에서는 마카롱택시의 빠른 성장세를 두고 “대표가 택시 편이라 가능했다”라는 의견도 있다.

 

A. 서비스명이 마카롱택시니까 택시 편이라고 보는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택시기사도 마카롱택시의 고객이다. 이 사업에 뛰어든 것도 택시업계를 바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인 한국스마트카드에서 법 제정의 취지와 목적을 파악한 후 그 법을 대체할 만한 IT 기술을 개발해 규제를 해소하는 게 내 업무였다. 그때부터 택시업계 종사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혁신을 하려면 기존 산업에 먼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택시업계는 혁신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택시기사가 승객을 만날 방법은 배회 영업뿐인데 어떻게 혁신을 하겠나. 오늘 만날 손님을 내일 만날 수 있어야 데이터가 쌓이는데 출근해서 오늘은 누굴 태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게 혁신할 기회를 먼저 준 후 그래도 해결하지 못하는 점이 생기면 그때 새로운 이동 수단이나 방법을 찾아도 늦지 않다고 본다. “택시업계는 변하지 않아”라고 단정 짓고 그들을 버려선 안 된다.

 

Q.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A. 투자 쪽이 가장 힘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 대부분이 “택시업계는 끝났다”고 말하며 투자에 난색을 표하더라. “자율주행시대가 오면 택시업계는 도산된다”, “기사 포함 렌터카처럼 간단히 유상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택시 면허가 굳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 택시업계가 장기적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모양이다. 지난해에는 무산된 투자가 꽤 많았다.

 

Q. 그래도 시리즈 A 투자 유치까지 성공했다.

 

A. 끊임없이 투자자들에게 결국은 ‘택시’라는 것을 설득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존의 대중교통과 택시가 지역마다 촘촘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틈을 새로운 이동 수단이 비집고 들어올 만큼 수익이 엄청난 시장도 아니다. 다만 지금은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저희를 거절했던 투자사들이 다시 문의할 정도다. “아직은 여유가 있습니다”라고 오히려 거절하는 중이다(웃음).

 

전국 택시 9000여 대가 마카롱택시와 함께하면서 이제는 심심찮게 도로에서 마카롱택시를 볼 수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Q.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항마’라는 표현이 종종 나온다.

 

A. 가맹 택시 물량만 비교하면 거의 카카오모빌리티와 비슷할 것이다. 공급량은 어떻게든 그들과 맞추려 노력했다. 25만 대로 택시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가맹은 한 기업하고만 맺게 돼 있다. 모든 택시기사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으면, 후발주자는 규제를 풀어도 아이디어를 적용할 택시가 없겠다 싶었다. 가맹 택시 섭외에 집중해야 했던 이유다.

 

다만 이용자 수 측면에선 카카오모빌리티에 상대가 안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5년에 걸쳐 기틀을 다진 기업이고,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그대로 데려올 수 있다. 마카롱택시는 이제 앱을 출시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실시간 호출 서비스는 8개월밖에 안 됐고, 시리즈 A를 막 끝낸 기업이다. 부지런히 카카오모빌리티를 따라가야 하는 후발 주자인 거다.

 

Q. 현재 이용자 규모는? 이용자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A. 25만 명이다. 지금까지는 공급량 확보와 플랫폼 안정화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용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았다. 이용자들의 입소문만으로 거둔 결과인 셈이다. 하반기부터는 마케팅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연내 100만 회원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행열 대표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친환경 이동 수단을 통해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Q. 2019년은 업계 전체가 법률적 문제로 고초를 겪었다. 제대로 사업할 여건이 마련된 건 올해부터인 것 같은데.

 

A. 맞다. 마카롱택시는 앞서 언급했듯 개인의 이동 목적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현재는 영유아 카시트 장착 서비스와 자전거 이용자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반려동물 이동 서비스와 병원 동행 서비스를 7월 중에 시작할 예정이다. 달마다 2개 이상의 서비스를 오픈해 연내 20개 서비스를 출시하려 한다. 이를 위해선 가맹 택시 물량도 더 확보해야 한다. 2만 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Q. 회원 100만 명, 가맹 택시 2만 대, 특화 서비스 20개 등 목표가 구체적이다. 마카롱택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결국 모빌리티 업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상용화다. 이를 택시로 풀 것인지, 렌터카로 풀 것인지, 퍼스널 모빌리티(PM)로 풀 것인지 플랫폼 사업자마다 시작점만 다른 셈이다. 첫 번째 목표인 개인 맞춤형 특화 서비스가 어느 정도 마련되면 택시를 다른 플랫폼과 연결할 거다. 택시로 풀어내지 못하는 문제들은 PM이나 대중교통, 광역 교통망, 비행기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 회원들에게는 이 모두를 통합 상품으로 제공해 원하는 서비스를 마음껏 쓰고 요금은 한 곳에서 결제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마스가 실현되면 마지막으로 이동 수단의 연료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꿀 생각이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진행하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0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사업’ 중 친환경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동 킥보드부터 시작해 모든 전기 자동차(EV, Electric Vehicle)를 이용해 친환경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증하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친환경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실현하는 게 마카롱택시와 KST모빌리티의 최종 목표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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