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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형하러 갔더니 비염수술 권하는 성형외과, 왜?

'실비처리 된다'며 비염·비중격만곡증 병행 '기능코성형' 권유…실제론 처리 안 된 사례도

2020.07.09(Thu) 16:16:33

[비즈한국] “실손의료보험 가입돼 있으시죠? 사진을 보니, 코가 점막도 좁고 비중격만곡증에 비염까지 있으시네요. ​정말 잘 오신 거예요. 비염 수술은 300만 원인데 대부분 실비(실손의료보험) 처리로 80~90%까지 환급받을 수 있어요. 그럼 이 비용은 안 들어간다 치고 코끝을 높이고 콧방울을 축소하는 비용은 190만 원이에요. 오늘 현금가로 결제하시면 150만 원까지 해드릴게요. 99%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 확신해요.”

 

최근 성형외과에서는 ‘기능코성형’이 인기다. 실비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유인하는 병원이 많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의 A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기자에게 비염 수술과 코성형을 동시에 권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능과 미용적인 면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근의 B 성형외과 상담실장도 비염 수술과 코성형 비용으로 각각 500만 원과 330만 원을 제시했다. A 병원과 달리 수술이 한 번에 진행되지는 않지만 이곳 역시 ‘실비 처리’를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최근 성형외과에서는 ‘기능코성형’이 인기다. 실비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유인하는 병원이 많다. 기자도 ‘콧대를 높이고 싶다’며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A 성형외과에서는 비염 등 이비인후과적인 치료와 실비보험 설명에 더욱 집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가 틀림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병원에서 공언한 것과 다르게 실비를 청구해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C 씨는 병원에서 ‘실비 처리로 비염 수술 비용 300만 원을 모두 돌려받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보험 청구로 받은 돈은 4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C 씨는 지난 5월 아들의 눈과 코 성형을 위해 D 성형외과를 찾았다. 이 성형외과에서는 코 CT 사진을 찍은 후 비중격만곡증, 비밸브협착증 등 세 가지 병명으로 진단했다.

 

한 성형외과 상담 모습. 사진=김명선 기자


문제는 C 씨가 인근의 규모가 더 큰 E 성형외과로 눈길을 돌리면서 발생했다. 상담 차 들른 E 병원에서도 상담실장과 원장이 “비염 수술은 350만 원이고 미용 코성형까지 하면 490만 원이다. 우리도 비염 수술 비용은 의료 실비로 청구하게끔 해줄 수 있다”고 밝힌 것. 앞서의 C 병원과 달리 코 CT 사진조차 찍지 않아서 의아했지만, B 씨는 병원 규모가 크다는 점과 비염 관련 수술에 경험이 많은 의사가 포진해있다는 상담실장의 말을 믿고 49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대표원장이 수술하는 비용으로 50만 원도 추가로 현금 결제했다.

 

수술 이후 C 씨는 실비보험 청구를 위해 병원에 진단서와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제공한 진단서대로 보험사에 문의하자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40만~50만 원에 그친다는 답이 돌아왔다. 병원에서 비중격만곡증과 비밸브협착증 관련 수술은 하지 않아 질병코드를 내줄 수 없다고 한 것. C 씨는 “비중격만곡증과 비밸브협착증 질병코드가 나와야 수술비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실비 처리가 별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 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E 병원에선 D 병원의 진단명을 요구했다. 이후 E 병원은 ‘사실 우리는 비밸브 수술을 하지 않는다. 허위로 진단명을 적으면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원장이 그렇게 진단을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C 씨가 “그러면 처음에 왜 진단을 정확히 말하지 않았느냐. 수술비를 이야기할 때 이 부분도 정확히 이야기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병원 측은 “상담실장이 퇴사했다”며 “상담실장이 모르고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C 씨는 비염 수술이 제대로 됐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덧붙엿다.

 

병원에서 공언한 것과 다르게 실비를 청구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물론 허위로 의료 실비를 청구하면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허위 진단서로 보험금을 받으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C 씨는 “다른 병원에서는 비중격만곡증, 비밸브협착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CT 사진도 안 찍고 비염이 심하니까 실비를 청구하게 해주겠다며 유인해놓고 이제 와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 아니냐”며 “(본래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는 “보험대상이 아닌데 보험 처리를 받게 한다면 보험사기다”며 “(비염으로 정확히 진단을 내리지 않고 비염 수술을 권유했다는 것은) 불법 환자 유인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금전적 이득을 취하게 해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금전적 이익을 주지 못했다면 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그만큼 병원이 이익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신혜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병원에서 질병코드를 입력해주지 않은 이유가 중요할 듯하다. 수술비를 실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실비 처리된다고 속였으면 사기의 고의성이 있어서 사기죄로 처벌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질병코드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기에 소비자들이 상담 과정에서 질병코드를 정확히 확인하고 미리 보험사에 물어보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협진하는 성형외과를 찾아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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