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 중인 서울숲벨라듀 지역주택조합 사업 업무대행사의 사업부지 계약 과정에서 수상한 흔적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번엔 업무대행사가 전 임원 명의로 2차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 매입 후 조합에 되팔아 차익을 남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추가로 착공을 앞둔 서울숲벨라듀 1차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에서도 미심쩍은 계약이 발견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비즈한국은 6월 16일 ‘[단독] 서울숲벨라듀2차 업무대행사 대표, 조합에 땅 팔아 수십억 차익’ 기사 보도 이후, 지역주택조합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 씨로부터 추가 제보를 받았다.
#업무대행사 전 임원이 토지 매입 후 대행사에 팔아 차익
흥미로운 점은 매각 2주 후인 2018년 12월 14일 이 부지의 근저당권자로 소유자 B 씨가 아닌 2차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로 공시됐다는 점이다. 제3자인 업무대행사가 근저당권자로 설정이 되려면 B 씨가 동의해야 한다. 또는 채권이 제3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효하다. 이에 제보자 A 씨는 “B 씨가 당시 업무대행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다”고 밝혔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등기부등본과 제보자 A 씨 주장을 토대로 한다면 이 부지는 이미 2018년부터 업무대행사 소유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동 담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소유권자가 제3자에게 거래액보다 과도한 금액을 근저당으로 잡아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업무대행사가 임원 B 씨 명의를 빌려 이 부지를 조합에 되팔아 차익으로 42억 2820만 원을 거둔 것으로 의심해볼 만하다.
이와 별도로 이 부지의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등기부등본에 적힌 매수인이 다른 사실도 발견됐다. 제보자 A 씨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부지는 2015년 9월 10일 당시 토지 주인과 C 씨 사이에 처음으로 부동산 계약이 성사됐다. 매매 대금은 3년 후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액수와 동일하다. 그러나 이 계약 내용은 등본에 기재되지 않았다.
제보자 A 씨는 “C 씨는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대표의 형이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C 씨가 실제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아마도 C 씨가 법적 문제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B 씨를 등기부등본에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표면상으로는 계약 자체가 달라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례적인 거래이긴 하다. 매수인이 등기부등본에 매매 공시를 안 했다는 건 자신이 보호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매매 대금이 3년 후 등기부등본에 공시된 거래액과 같다면 이름만 바꿔서 계약을 다시 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제보자 A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업무대행사 임원 B 씨는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차 지역주택조합 사업에도 수상한 흔적에 뒷말 무성
업무대행사의 수상한 거래는 서울숲벨라듀1차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도 발견됐다. 제보자 A 씨는 그 증거로 1차 사업부지 중 일부 부동산 매매 계약서 2부와 등기부등본을 제공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D 씨는 2014년 12월 9일 1차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 3곳을 약 6억 원에 경매로 매입했다. D 씨는 8개월 후인 2015년 7월 7일 1차 지역주택조합에 3곳 모두를 16억 1470만 원에 팔아 시세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지주 D 씨와 조합이 거래한 부동산 매매계약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지 않았다. 이후 양 측은 2020년 1월 2일자로 매매계약서를 다시 썼고, 이 내용이 등기부등본에 공시됐다. 첫 거래 당시 16억 1470만 원이었던 땅값은 그사이 46억 4624만 원으로 뛰었다. 지주 D 씨는 경매로 매입한 토지로 약 40억 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제보자 A 씨는 지주 D 씨가 서울숲벨라듀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의 또 다른 실제 경영인 E 씨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E 씨는 업무대행사의 두 대표 중 한 명의 매형이다. 지주 D 씨는 E 씨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던 이였다. 두 사람과 지인인 F 씨가 공모해 경매에 넘겨진 토지를 싼값에 구매한 후 조합에 되팔아 돈을 나눠 가지려 했다고 F 씨에게 들었다”며 “그러나 실제 경영인 E 씨가 지주 D 씨와 지인 F 씨에게 진 빚을 갚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D 씨와 조합의 토지 거래는 차익 실현을 가장한 실제 경영인 E 씨의 개인 부채 탕감 계약으로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1차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2020년에 매매계약서를 다시 쓴 것에 대해 “지주 D 씨가 2015년에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고 중도금까지 받은 이후에 시세가 오를 것을 바라고 거래를 지연시켰다. 이에 조합은 2019년 10월 31일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밟고, D 씨에게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또한 법원에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과 강제 집행정지 소장을 제출해 법리 다툼까지 진행한 끝에 토지를 매입했다”며 “요지는 조합은 시세에 맞게 합당한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점이다. 1차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이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 이사들과 조합원들은 그들의 관계에 대해 관심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진 리버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원래 16억 원에 계약을 했어야 하는데 결국 46억이 들었다면 (실제 경영인 E 씨에게) 부당이득죄나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즈한국은 사실 확인을 위해 B, C, E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세 명 모두 첫 통화에 응했지만 기자 신분을 밝히자 “손님이 와 있다”, “할 말이 없다”, “운전 중이니 다시 전화해달라”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업무대행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 대행사 관계자에게도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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