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르네상스 이후 인간은 신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성’이라는 인간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신의 영역으로 미뤄놓았던 문제들을 하나둘 꺼내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게 과학이다.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인간은 비로소 자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신을 대체한 과학이 새로운 믿음으로 떠올랐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과학이 지배하고 있다.
신을 섬겼던 예술에서도 과학은 새로운 메시아로 대접받는다. 미술에서도 그렇다. 과학은 기계문명을 통해 현실적 마법을 보여주었다. 상상으로만 꿈꿨던 일들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육중한 쇳덩이가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가 하면,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게도 해주었고, 바다 밑바닥까지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도 못했던 일들을 과학이 해내고야 만 것이다.
지난 세기부터 미술가들은 과학의 엄청난 위력 앞에 머리를 조아렸고, 과학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창작력의 원천을 과학의 위대한 아들인 기계에서 찾기도 했다.
우리 시대 미술은 기계와의 협업을 통해 표현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런 시도는 현재는 물론이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미술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키네틱아트와 비디오아트가 있다. 미술에 기계적 속성을 결합시킨 키네틱아트는 움직임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네시스’에서 나온 말이다. 기계의 원리를 작품의 원료로 사용해 공간을 구성하는 설치미술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기계를 응용해 자연의 여러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표현 영역을 보여주는 미술도 있다. 소리가 나오는 조각, 물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작품, 빛의 다양한 성질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경우다. 백남준이 만든 비디오아트는 영상시대의 새로운 미술 언어로 자리 잡았다. 기계의 승리를 예찬하는 미술이 아닌가 한다.
신세대 작가 손하원도 기계의 혜택을 슬기롭게 작품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 기계 문명의 총아인 컴퓨터를 자신의 표현 도구로 선택해 새로운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2D, 3D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해 자신의 생각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작품 아이디어를 극사실적 소묘로 구현하고, 이를 컴퓨터 평면 영상으로 그리고 3D 프린팅 기술로 입체화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회화적 표현과 사진적 인쇄 기법, 새로운 입체 인쇄 방식을 통해 조각적 언어까지를 망라한다. 이 시대 작가다운 표현 방식인 셈이다.
첨단기계 언어로 표현하는 그의 세계가 소박하게도 어린 시절 놀이 기억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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