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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생태계로도 쉽지않네' 난항에 빠진 아마존 게임 사업

'크루시블' 결국 스팀서 내리고 비공개 베타로 전환…잠재력은 여전히 주목해야

2020.07.06(Mon) 11:28:11

[비즈한국] 아마존의 첫 PC 게임 대작 ‘크루시블(Crucible)’을 감싸던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결국 이 게임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지난 5월 스팀에 출시된 이 게임은 한달 반이 채 안되는 짧은 서비스 후 최근 스팀에서 내려와 비공개 베타 버전으로 전환됐다. 무려 아마존에서 만든 게임이 어쩌다가 이런 난항을 겪는걸까.

 

#크루시블, 아마존 개발력과 게임 엔진 저력 시험대

 

아마존 산하의 게임 개발사인 릴렌트리스 스튜디오(Relentless Studios)가 개발하고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퍼블리싱한 ‘크루시블’은 AAA급 팀 기반 3인칭 슈팅 게임(TPS)으로, 지난 2016년 트위치콘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주목받아왔다. 아마존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주인으로서 게임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만큼, 자체 개발작에 대한 개발자들과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마존에게 ‘크루시블’의 성패는 의미가 작지 않다. 아마존은 게임 시장에서 게임 운영과 서비스에 필요한 IT 자원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최강자다. 그 아마존에게 ‘크루시블’은 첫째, 게임사들의 파트너로서가 아닌 개발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였다. 둘째, 아마존의 상용 자체 게임 엔진인 ‘아마존 럼버야드(Amazon Lumberyard)’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레퍼런스였다. 이미 포화된 게임 시장의 진입장벽은 높고, 게임 엔진 시장 역시 언리얼과 유니티가 압도적으로 양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크루시블’이 흥행에 성공해 새 역사를 쓸지 주목받았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크루시블’은 지난 5월 21일(미국 시각) 스팀에 출시된 직후 약 2만 5000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바로 다음날 5000여명으로 떨어졌으며, 이후 급속도로 스팀 톱 100 밖으로 내려갔다. 결국 아마존은 출시 후 한 달 열흘만인 지난 6월 30일, ‘크루시블’을 스팀에서 내리고 비공개 베타로 전환한다고 블로그를 통해 공지했다. 수정과 보완 후 다시 게이머들에게 이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순조롭지 못한 시작으로 게임 개발 난항을 보여줬다. 

 

아마존의 첫 PC 게임 대작 ‘크루시블’ 이미지. 사진=공식 유튜브 캡처

 

#무려 아마존에서 왜 이런?…게임 개발자 친화력 부족 정황들

 

‘크루시블’에 대한 평을 정리해 보면, 팀기반 TPS 작품들의 전형을 따르려는 노력이 보이고, 각종 재미 요소들을 충실히 갖췄지만 특별한 매력을 찾기 어렵다, 나름 차별화를 꾀했지만 색다르다 하기엔 애매하다, 그래픽이 구식 느낌이며 타격감이 약하다, 최적화가 아쉽다는 정도다. 특히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다. 전 산업을 떨게 하는 무서운 아마존이 어쩌다가 이런 평의 게임을 개발했을까.

 

게임이 성공하려면 게이머의 마음을 사야 하고, 개발자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게이머를 향한 구애 면에서는 트위치에서 무료 게임들을 다수 공급하는 등 노력이 엿보인다. 아마존은 또 최근 베데스다의 명작 게임 ‘폴아웃’을 TV 시리즈로 제작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위쳐’를 참고해 게임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공급, 아마존 프라임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사 게임 사업에 대한 호감도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마존이 충분히 개발자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의구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태생이 게임 개발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 진성 개발자들이 영입됐다 해도, 경영진 단계에서 창의적 의사결정보다 안전한 길로의 타협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외신 등을 통해 제기된다. 지난해 6월에는 아마존이 게임 개발 인력 수십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아마존 게임 엔진 ‘럼버야드’는 AWS 이용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럼버야드’로 보이는 게임의 목적

 

아마존의 자체 게임 엔진인 ‘아마존 럼버야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철저히 AWS 고객에 초점을 뒀음을 알 수 있다.

 

‘럼버야드’는 아마존이 ‘크라이 엔진’을 개조해 재탄생시킨 게임 엔진으로, AWS 및 트위치와의 원활한 통합 등이 장점이다. 무료지만 멀티플레이 기능을 게임에 추가하려면 AWS를 이용해야만 한다. 거꾸로 말하면, AWS 고객들은 ‘럼버야드’의 모든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럼버야드’는 AWS의 혜택으로서의 존재, 즉 본품이 아니라 부록인 셈이다.

 

어차피 고객이 게임 개발사들이니까 AWS 혜택 강화는 곧 개발자의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따져보면 개발 부서 인력을 위한 직접적 혜택이라기 보다 서비스 운영, 기술 지원, 재정 측면의 혜택이다. 개발자를 위한다면 뛰어난 엔진 그 자체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부서가 소중하지만, 게임 개발에 있어서 핵심 인력인 개발자가 혜택에서 멀다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엔진만 탁월하다면 부록이든 뭐든 개발자들의 사랑을 받을게 분명하다. 그래서 아마존 입장에서는 ‘크루시블’이 성공해야 했다. 흥행작 개발에 성공한 엔진으로 입증되고 개발사들의 선호도 증가로 이어졌다면 공급 형태와는 상관없이 ‘럼버야드’를 찾을 테니까. 그리 되면 결국 아마존이 원했던 결과인 AWS 생태계 강화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크루시블’은 지금 스팀에서 내려왔고, 아마존의 게임 사업이 게임 자체보다 AWS 사업 강화의 도구로 존재하는 한, 명작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아마존의 게임 엔진 ‘럼버야드’가 제공하는 캐릭터 이미지. 사진=AWS 홈페이지

 

#우주적 생태계 일궈가는 아마존, 여전히 무섭다

 

물론 속단하긴 이르다. 수정 보완 후 다시 내놓을 ‘크루시블’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 모르고, 또 하나의 아마존발 대작 ‘뉴월드(New World)’도 아직 베일을 벗기 전이다. 

 

무엇보다 아마존이 탄탄하게 건설해 온 클라우드 인프라를 비롯해, 쇼핑과 배송, OTT, 무인 마트, 드론, 자율주행, 우주 개발에 이르는 말 그대로 우주적인 아마존 생태계가 향후 게임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모른다. 아마존은 분명 상상 이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필자는 전직 게임 산업 종사자로서, 내가 그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게임이 재미있어서’이고 싶다. 앞으로도 게임 산업의 헤게모니가 어떤 주변적 혜택들이 아닌 게임 그 자체의 힘으로 좌우됐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인맥이나 금전이 아닌 ‘매력 있어서’이고 싶은 것처럼. 사람 사랑이든 게임 사랑이든 그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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