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0년 동안 가장 좋았던 부동산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건 2016년 11월 3일 대책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정책이다. 다주택자나 투자자를 막고 실수요자에게 신규분양 우선권을 준 강력한 정책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이의 기억에 없겠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최고의 정책이었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최초의 부동산 정책인 2017년 6월 19일 대책, 이어지는 8월 2일 대책, 2018년 9월 13일 대책, 2019년 12월 16일 대책, 그리고 2020년 6월 17일 대책 모두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투기 억제 정책이었다. 하지만 모든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수요자 보호였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결국 2017년 8·2대책이었다. 정식 명칭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다.
‘단기 투기 수요가 억제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 동안 부동산 수요 조사를 해온 연구기관 연구원으로서 본인이 판단할 때는 8·2대책 이전부터 단기 투기 수요는 줄고 있었다. 전세가 대비 매매가가 많이 올라 갭이 너무 벌어져 갭투자 시장으로는 부적합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시장이 그렇게 변화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요자를 보호했냐’다. 그건 실수요자들의 의견으로 평가하는 게 좋을 것이다.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자 중 10%가 부동산 문제 지적
한국갤럽은 매주 금요일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7월 3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자 중 경제 문제가 12%, 특히 부동산 문제가 10% 비중을 차지했다. 그래서 급하게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소환해 긴급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실수요자 보호에 대한 정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정책의 주요 내용이 투기세력 억제에만 집중되어 있다. 세금을 상향함으로써 투기세력을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번 긴급 대책 지시 사항 중에서는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을 발굴하라’는 강력한 공급대책에 대한 지시가 포함됐다. 이건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이 맞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정책이었던 2016년 11월 3일 대책 이후로 신규 분양은 실수요자들만 1순위 조건으로 청약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신규 시장은 실수요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의 청약 시장이 핫했던 건 투기세력 때문 아니었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시장을 핫하게 할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청약가점제의 당첨자 평균이 대부분 60점을 넘는다. 60점을 넘으려면 자가 소유자들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신규 분양이 필요한 세대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 시장이었기에 투기세력 없이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는 기존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신규로 증가하는 세대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무리 분양이 많아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크게 줄 수가 없었다. 정부에서 준비하는 추가 공급 대책은 100% 신규 분양 물량이다. 대부분 신도시·택지개발 사업이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에게는 간만에 새 아파트를 소유하게 될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서울 및 인근 지역에 새 아파트를 갖게된다는 희망이다.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무주택 세대에게 혜택이 갈 수 있다. 이게 진정한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다.
#디테일한 규제 정책만큼 구체적인 공급정책 나와야
3년이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좋은 부동산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다만 확실한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몇몇 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계획 발표로는 안 된다. 여러 택지를 확정한 뒤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개발해서 입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가 아니어도 된다. 5년 후, 7년 후라도 확정된 날짜를 알려주면 된다. 준공 입주 가능 날짜가 최초 발표보다 몇 개월 정도는 뒤로 밀려도 된다.
‘입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곧 구체화하겠다’ 정도의 내용이 담긴 발표는 아니었으면 한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디테일하게 규제 정책을 만들고 실행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공급계획도 나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래야 해당 공급 지역 주변의 집값이 안정된다.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수도권 공공택지개발 신도시인 삼송신도시, 위례신도시, 별내신도시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그 주변 시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지정된 많은 보금자리 주택 공공택지 덕분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그나마 서울 수도권에 공공택지 분양을 할 수 있었다.
부동산 계획은 장기적이어야 한다. 어떤 정부도 자신들의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는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주택 200만 호 건설의 시작은 노태우 대통령이었지만 그 결실은 김영삼 대통령의 몫이었다. 가장 좋은 지방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었던 혁신도시, 기업도시 개발의 시작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었지만 혜택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아직도 진행 중이다.
무엇이든 임기 내에 끝내려는 조급증만 내려놓았으면 한다. 리더가 조급하면 팀원은 더 조급해진다. 구민은 좋은 입지를 만들고 대규모로 공급하는 대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집이 남아돌더라도 공급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집값이 안정된다. 국민들에게도 선택의 대안도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주거복지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부동산 정책의 순서가 바뀌었으면 한다. 공급 대책을 먼저 발표하고 그로 인해 생길 부작용에 대한 규제책을 제시하는 게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길이다.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자연스러운 정책을 추진하길 국민 된 입장에서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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