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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과격해진 얼굴의 현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넉넉한 파워와 실내 공간…기아 쏘렌토와 판매량 대결 흥미진진

2020.07.05(Sun) 09:00:00

[비즈한국] 최근 몇 년 사이 ‘페이스리프트(Face Lift)’를 단행한 현대자동차의 모델들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삼각떼’로 불린 아반떼 페이스리프트(FL, 2018), 초기에 호불호가 갈렸으나 판매량으로 극복한 그랜저 FL(2019)에 이어 6월 30일 공개된 싼타페 FL 모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입 찢어진 메기 같다’는 악평까지 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싼타페 페이스리프트의 정면부. 사진=우종국 기자


왜 이런 디자인이 나올까?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에 착수하기 전에 ‘모델 체인지(차세대 모델)’의 디자인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스리프트에는 차기 모델의 디자인 콘셉트가 어느 정도 반영된다. 신형 아반떼(CN7, 2020)가 나오자 왜 ‘삼각떼’가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의 현대차에서 ‘페이스리프트’는 구 모델과 차기 모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싼타페 FL도 그렇게 해석하면 수긍이 간다. 싼타페 차기 모델을 완료한 디자인팀이 페이스리프트를 하다 보니 신모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 실무자와 이를 승인한 책임자들도 신모델에 익숙한 상태다 보니 소비자의 시각과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싼타페는 싼타페다. 그랜저 FL의 디자인에 호불호가 갈려도 결국은 가장 많이 팔리는 차일 수밖에 없듯, 싼타페도 이름값만으로 보장된 판매량이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등판한 기아자동차의 신형 쏘렌토가 소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고, 현대차의 쏘나타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을 하기엔 이르다.

 

#외관: 라디에이터 그릴이 압도적

 

디자인은 보이는 대로다. FL 모델인 만큼 철판 금형의 변경은 최소화하고, 플라스틱 재질인 램프, 범퍼와 언제든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는 바퀴의 휠 정도에서 변화를 주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를 좌우로 최대한 벌려놓은 점이 하이라이트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듯한 육각형의 그릴을 현대차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싼타페의 이러한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전면부 외에는 디자인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다. 사진=우종국 기자


최근 현대차 트렌드라면 주간주행등과 그릴이 하나로 연결되는 스타일이어야 하는데, 이를 포기하고 그릴을 최대한 늘렸다. 헤드램프가 범퍼 하단에 위치하다 보니 타 모델처럼 만들 수 없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전면부 외에는 예상되는 범위 내의 변화다. 리어램프 형태는 그대로 두고 내부 구조를 바꾼다든지, 범퍼의 형상을 바꾼다든지, 바퀴의 휠 디자인을 신규로 적용한다든지 하는 부분이다. 측면에서 봤을 때는 기존 싼타페와의 차이를 크게 느끼기 어렵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구형 모델을 비교하면, 싼타페가 직선을 많이 써서 강인한 느낌을 주고, 쏘렌토가 곡선을 많이 써서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신형 모델은 반대가 됐다.

 

#실내: 쏘나타·그랜저와 동일한 구성

 

실내 또한 대시보드 몰드의 형상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모니터처럼 추가 부착되는 부분에서 변경이 적용됐다. 예외적으로 레버형에서 버튼식으로 바뀐 변속기 주변은 신차 수준으로 변경됐다. 계기판은 12.3인치 풀 LCD 클러스터(기본 4.2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로 바뀌었고, 중앙부의 인포테인먼트 화면도 10.25인치(기본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로 변경됐다. 

 

레버식에서 버튼식으로 바뀐 변속기 주위가 크게 바뀌었다. 사진=우종국 기자


변속기는 팰리세이드·쏘나타·그랜저(FL) 등에서 본 것과 동일한 버튼식이 적용됐다. 레버식일 때는 운전자 쪽으로 당겨야 ‘D(드라이브)’라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버튼식일 때는 전진할 때 뒤로 향한 스위치를 누르고 후진할 때 앞으로 향한 버튼을 눌러야 해 인지부조화가 느껴진다. 올해 팰리세이드 전복사고로 문제가 있었고, 신형 아반떼(CN7)에는 레버식이 적용돼 싼타페 FL은 레버식이 되지 않을까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버튼식이 신규 적용됐다.

 

컬러 LCD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화면 구성, 버튼식 변속기, 빌트인캠, 운전보조기능 등이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 모델들과 동일하다 보니, 싼타페를 탔는데도 쏘나타나 그랜저(FL)에 탄 듯한 착각이 든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시승할 기회가 많은 기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쏘나타·그랜저·싼타페를 한꺼번에 소유한 개인 소비자는 없을 테니 비용절감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12.3인치 풀 LCD 클러스터. 사진=우종국 기자

사진=우종국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최고급 트림은 ‘캘리그래피’로 명명되는데, 싼타페 FL에도 적용됐다. 다크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바디컬러 클래딩, 1·2열 이중 접합 차음유리와 캘리그래피 전용 시트 색상(카멜, 라이트 그레이)이 차별 요소다.

 

요즘 시승기에서 유행하는 3열 시트 앉기에 도전해보았다. 64만 원이 추가되는 3열 시트는 인간이 앉기 어려운 구조였다. 공간의 크기도 그러하지만, 2열 승객이 비켜주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폐소공포증이 들 정도다. 5인승으로 선택하면 넉넉한 승차공간과 적재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 현대차스러운 무난함

 

지금은 신규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디젤 2.2만 판매된다. 엔진 구성은 기아자동차 쏘렌토와 동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쏘렌토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한 채 판매 중단된 상태라, 해결된 뒤 싼타페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디젤 트렌드인 노즐의 순차식 분사로 디젤엔진임에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유난스럽지 않다. 굳이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지만, 공해물질 저감을 위한 EGR(배기가스 재순환), DPF(디젤 파티클 필터), SCR(선택적 촉매 환원) 등의 장치가 의무화되어 점검·수리에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2.2리터 배기량의 디젤 엔진은 1850kg(4WD, 7인승의 경우)인 무게를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쏘나타 출시 당시 2.0리터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의 파워가 부족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일반적인 운전자가 최대한 가속했을 때 도달하는 메이저리그급 투수의 강속구 속도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질주가 가능하다. 힘이 부족하단 아쉬움은 없을 듯하다.

 

스마트스트림 디젤 2.2 엔진이 장착된 엔진룸. 사진=우종국 기자


운전대,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 서스펜션 등은 익숙한 현대자동차 느낌이다. 온갖 센서를 동원한 안전보조기능 또한 현대기아차가 지금껏 보여준 대로 다 선택이 가능하다.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은 반드시 넣어야 할 기능이다. 다만 차선유지보조장치는 시내주행에서 종종 차선을 놓치므로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잘 작동한다. 인공지능에게는 고속도로가 속도만 빠를 뿐, 차선이 끊이지 않고 정지할 필요가 없어 단순하게 느껴질 것이다.

 

싼타페 FL의 상품 구성 자체는 현대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이다. 특색이 없는 듯 보이지만, 현대기아차 하위 메이커의 차를 타면 당연하게 느끼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높이가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하지만 독일차 판매량이 상당한 한국에서 현대기아차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3열 시트를 접으면 넉넉한 적재공간이 나온다. 사진=우종국 기자


가격은 △프리미엄 3122만 원(이하 부가가치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적용) △프리미엄 초이스 3205만 원 △프레스티지 3514만 원 △캘리그래피 3986만 원이다. ‘프리미엄’이 가장 저렴한 트림을 뜻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4륜구동은 226만 원이 추가된다. 캘리그래피에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최대 4689만 원에 이른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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